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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미중 무역전쟁 재발에 "수십년 지속될 패권전쟁 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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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키디데스 함정'…고통스러운 미중교섭 '뉴노멀' 되나

트럼프-시진핑 담판에 달려…"합의 소용없을 듯" 비관론도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들었다는 진단이 무역협상 결렬과 함께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 악화를 패권전쟁 서막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무역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원인이 실무적 견해차보다 국가 주권과 위상을 둘러싼 위기감에 있다는 점 때문에 뒤따르는 해석이다.

13일 무역전쟁을 다룬 외신 보도를 보면 미국과 중국의 통상갈등을 '투키디데스 함정'의 틀로 해석하는 시작이 부쩍 눈에 띄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심화하면서 현재 초강대국과 신흥 초강대국이 서로 상대를 평가하고 공존이 가능할지를 결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가 고대 그리스 역사가인 투키디데스의 저술 '펠레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낸 용어다.

패권국과 신흥 패권국은 지난 세기 영국과 독일, 미국과 일본처럼 상대에 대한 불안과 불신, 견제 때문에 반드시 전쟁으로 가는 경로에 들어선다는 게 그 내용이다.

투키디데스는 "전쟁(펠로폰네소스전쟁)을 불가피하게 한 것은 바로 아테네의 발전과 그로 인해 스파르타에 주입된 공포였다"고 기술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현재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이와 똑같은 시각에서 해설했다.

통신은 무역협상이 결렬되기 몇 주 전부터 미국 군함이 중국의 반발 속에 영유권 분쟁이 있는 남중국해를 항행하고 미국이 안보를 이유로 중국 차이나모바일의 미국 시장 진입을 불허하는 등 갈등이 증폭됐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갈등을 증폭하는 조치의 이면에 미국이 자신의 발전을 억제하고 굴기를 봉쇄하려는 음모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는 강력한 경쟁국이 성장해 통제할 수 없는 리스크가 닥칠 수 있다고 많은 이들이 두려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상호불신이 돌아올 수 없는 경지에 이르거나 미국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대치가 계속될 수 있다는 일부의 관측도 소개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미국과 중국이 현재 글로벌 지배력, 위상, 부(富)를 놓고 싸우고 있다고 현상을 진단했다.

NYT는 "지난 1년간 이어진 미중 무역전쟁이 수십년간 지속될지도 모를 경제전쟁 초기에 일어난 소규모 전투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점점 더 많은 경계심을 노출하면서 해킹, 기술이전 강요와 같은 기술탈취 관행을 비롯해 자국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산업·통상정책에 전방위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미국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봉쇄하고 화웨이와 같은 중국 기술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를 차단하며 지식재산권 탈취를 단속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중국 전문가인 데이비드 램프턴은 "중국과의 고통스러운 교섭이 수십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신화통신은 지난 11일 논평에서 미중 무역전쟁의 해소 과정에서 '대화하면서 싸우는 것'(fighting while talking)이 협상의 '뉴 노멀'(New Normal)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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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착상태를 풀 수 있는 길은 미중 정상회담 뿐이다."[최자윤 제작] 일러스트



이번 무역협상이 결렬된 주요 원인으로도 궁극적으로는 슈퍼파워로서 자국 입장을 관철하려는 미국의 의지와 대국으로 인정받으려는 중국의 자존심이 정면충돌했다는 점이 지적된다.

미국은 기술이전 강제, 지식재산권 침해, 산업 보조금 지급 등의 산업·통상정책을 개선하기 위해 중국이 법률을 개정하고 이를 무역합의에 적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서양과 일본에 겪은 지난 세기의 굴욕을 연상시키는 내정간섭으로 보고 있다.

NYT는 "중국인들은 (최고의 의사결정기관인) 전국인민대표회의의 입법 절차를 거쳐 정책을 변경하라는 조치를 포함한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요구를 주권침해이자 너무 많은 권한을 미국에 내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점점 더 짙은 민족주의 성향을 보이는 중국 대중들은 미국의 요구 때문에 해외 열강들에 의해 체결된 19세기 불공정 늑약의 역사를 떠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교착상태는 실무협상에서 풀릴 문제가 아닌 만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담판이 주목된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트위터를 통해 "나와 시 주석의 관계는 아직 굳건하다"고 말했다.

한 중국 관리는 WSJ 인터뷰에서 "지금 상황에서는 두 정상의 직접 대화가 막다른 길목에서 탈출할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양국 정상이 오는 6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안팎에서는 무역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양국의 긴장관계가 근본적으로 해소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중국 베이징대의 장젠 교수는 "시진핑과 트럼프가 모종의 합의를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양국의 전략적 관계는 이미 곤경에 빠진 상태"라며 "합의가 있어도 돌아올 길은 없다"고 진단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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