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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최저임금 1만원’ 속도조절 논란… 5월 노정관계 ‘긴장’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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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얽매이지말라” / 김학용 환노위원장 "내년 최저임금 동결하거나 최소 인상이 당연" / 최저임금위 새 ‘공익위원’ 성향 촉각 곤두

세계일보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대선 공약의 속도조절 필요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 이후 여야 정치권과 정부 부처 내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자의 목소리는 커지고, 노동계는 반발할 태세다. 가뜩이나 꼬여가는 노정 관계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지난 주말 동반 사퇴하면서 이번주에는 내년 최저임금 심의를 맡을 새 공익위원 추천 절차 등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문 대통령,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얽매이지 말라”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KBS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에 관한 질문을 받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돼 있는 것이어서 대통령이 무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때 공약이 2020년까지 1만원이었다고 해서 그 공약에 얽매여 무조건 그 속도대로 인상돼야 한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최저임금위원회가 앞으로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도록 여지를 마련해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또 “2년에 걸쳐서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인상됐고 그것이 또 긍정적인 작용이 많은 반면에 한편으로 부담을 주는 부분들도 적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최저임금위원회가 그런 점을 감안해서 우리 사회, 우리 경제가 수용할 수 있는 적정선으로 판단하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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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한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이어 “지난번 대선 과정에 저를 비롯한 여러 후보들의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공약이 최저임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그점에 대해선 대통령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여권에서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의원이 “내년 최저임금은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 의원은 10일 오전 페이스북에 “대신 근로장려세제(EITC)와 주거비, 사교육비 완화 등을 통해 기업 부담을 줄이면서 근로자의 실질적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는 정책을 강화시켜야 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송 의원은 “경제가 성장할 때 최저임금을 올려야지 하강국면에서 올리면 중소기업인 자영업자들에게 근로자를 해고시키라고 강요하는 꼴이 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님의 임기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킬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솔직한 고백에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야권에서는 자유한국당 소속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최소한 물가상승률 범위 안에서 인상하는 것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의 당연한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9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동결을 요청했다. 그는 “물론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하지만 정부의 생각과 방침이 중요하다”며 “급격한 최저임금으로 산업기반 자체가 굉장히 어려워진 것도 현실이고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최저임금이 좀 더 시장 수용성 높게 결정될 수 있도록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개편 법안을 제출했는데 아직까지 통과가 안 된 상황”이라며 “최저임금법 개정안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추경과 같이 논의가 돼서 마무리가 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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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 새 공익위원 성향 촉각 곤두

지난주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집단으로 사퇴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공익위원 집단사퇴는 지난 1988년 최저임금제 시행 이후 처음이다. 당장 새 공익위원을 언제까지 어떻게 구성할 지 등 최저임금위의 정상화 방안이 관심이다. 법에서 정한 최저임금 고시 기한은 8월5일이다. 이의신청 기간을 감안하면 7월 중순까지는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정책간담회를 개최하고 향후 최저임금위 정상화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이 장관은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에 대한 신규 선임 방식과 기간 등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최저임금위는 근로자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 9명, 공익을 대표하는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된다(최저임금법 제14조제1항).

최저임금위 위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제청에 의해 대통령이 위촉한다. 근로자위원은 총연합단체인 노동조합에서 추천한 사람 중에서 제청하고, 사용자위원은 전국적 규모의 사용자단체 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정하는 단체에서 추천한 사람 중에서 제청한다(최저임금법시행령 제12조).

공익위원은 노동문제에 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청한다(최저임금법시행령 제13조).

지금까지의 관행은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의 위촉은 대체적으로 노동계와 경영계의 추천에 따라 이루어졌다. 공익위원들은 정부가 전문가 중에서 선임하기 때문에 정부의 선호가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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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9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 회의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구조의 최저임금위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최저임금 이슈는 대체로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해 중립적인 공익위원들에 의해 사실상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새로 뽑힐 공익위원의 성향이 인상폭을 가를 중요한 변수인 셈이다.

실제로 최저임금 새 공익위원의 이념적 성향은 휘발성이 강한 시한폭탄이다.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에 기운 당정청의 기류로 볼 때 새 공익위원에 친노동,친기업을 배제한 중립적 인사를 앉힐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입장문에서 “최저임금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점에서 류장수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의 사퇴 표명은 매우 안타깝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난 1월 노동자위원뿐 아니라 공익위원들과도 어떤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을 발표한 것은 공익위원들에게 사실상 권한 정지 통보와 다름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일찌감치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 후퇴’를 공격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대 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인상폭을 높이기 위해 대정부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이미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경영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3일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 대비 최저임금으로 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 중 7위”라면서 “여기에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최저임금은 1만 30원으로 이는 OECD 국가 중 1위”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한국의 최저임금은 OECD 회원국 25개국 중 12위”라는 결론을 냈다. 한경연처럼 GNI가 아닌 평균 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을 따져서 비교한 것이다. 노동연구소는 “GNI에는 최저임금과 무관한 자영업자 소득이나 기업이윤 등이 포함된다”고 맞섰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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