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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이슈 신도시 이모저모

"지역이기주의?…어설픈 공급정책이 기존 신도시 분노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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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7일 수도권 3기 신도시로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을 지정한 이후 인근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일산신도시 관련 대책을 요구하는 청원 글에는 벌써 1만2000명이 넘게 참여했고, 일산 주민들이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는 집회까지 예고했다. 표면적으로는 3기 신도시에 밀려 집값이 내려갈 수 있다는 게 원인으로 보이지만, 정작 정부의 어눌한 주택공급 정책이 이들의 분노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비즈

국토교통부가 7일 새 신도시 입지로 선정한 고양시 창릉동(813만㎡·3만8000가구) 일대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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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신도시 조성도 멀었는데"

기존 신도시 주민들은 정부 부동산 정책의 우선순위가 뒤바뀌었다고 지적한다. 2기 신도시와 광역교통망도 아직 제대로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3기 신도시 정책을 발표해 상당수 2기 신도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얘기다. 특히 3기 신도시를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의 특혜가 잇따르면 2기 신도시는 교통 불편이나 집값 하락 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일례로 2기 신도시인 경기도 파주운정신도시의 경우 3지구가 아직 분양을 못 하고 있고, 인천 검단신도시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이 지연되다 올해부터 분양에 들어갔다. 공급 물량이 여전히 많아 남은 상황에서 3기 신도시가 인근에 조성되면 수요자들이 몰리며 2기 신도시 분양은 연기되고 지역 개발도 정체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 신도시 주민들에게 가장 시급한 광역교통망도 순서가 뒤바뀌고 있다. 정부는 3기 신도시 광역교통망인 고양선(가칭)과 슈퍼간선급행버스(S-BRT), 서울지하철 3호선 연장 사업 등은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지 않는 방식으로 추진키로 했다. 100% 광역교통부담금으로 추진돼 한국토지주택(LH)공사가 사업비를 전액 부담하기 때문이다.

반면 대다수의 2기 신도시는 아직 제대로 된 광역교통망도 갖추지 못했다. 김포한강신도시의 김포도시철도는 애초 지난해 11월 개통 예정이었지만, 올해 7월로 미뤄졌다. 위례는 입주 7년 차에도 위례~신사선과 트램사업이 여전히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파주운정신도시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 구간에 포함됐지만, 이 노선은 지난해 착공식을 하고도 여전히 삽도 뜨지 못 했다.

2기 신도시 주민들은 "수 년간 교통 불편을 겪었는데, 앞으로도 3기 신도시에 밀려 같은 피해를 계속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때문에 수도권만 공급 쏟아져"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 3기 신도시 정책에 수도권 신도시가 피해를 봤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에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애꿎은 수도권에 물량을 퍼부어 기존 신도시가 물량 부담에 시달리게 됐다는 말이다.

비단 3기 신도시 정책뿐 아니라 대출·청약규제 등도 모두 이에 해당한다. 고양의 경우 킨텍스 일대 주거시설이 분양할 당시 청약 경쟁이 과열되면서 2016년 11·3 부동산 대책에 따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고, 이에 따라 전매제한기간과 1순위 규제 등도 강화됐다. 이후 서울 같은 과열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규제에 치여 주택시장은 부진했다. 애꿎은 규제 탓에 가뜩이나 부진한 부동산 시장이 더 침체했다고 주민들은 본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부터 올해 4월 말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18.69% 오르는 동안 고양 일산동구는 0.91%, 일산서구는 1.01%, 파주는 1.66% 오르는데 그쳤다. 김포 역시 3.27% 올랐다. 양주신도시가 들어선 양주는 1.14% 하락했고, 검단신도시가 있는 인천 서구는 0.57% 내렸다.

특히 일산의 경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고양 정)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고양 병) 등이 각각 19·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됐을 정도로 더불어민주당 ‘텃밭’ 지역인데 이번 3기 신도시 발표로 정부와 여당이 주도한 정책에 배신당했다는 인식까지 생길 정도라는 게 일산 주민들의 얘기다.

다른 수도권 신도시 주민들도 정부가 기존 신도시를 외면하고 있다고 본다. 김현미 장관은 7일 발표에서 "향후 주택시장 여건에 따라 언제든지 추가 주택 공급을 할 수 있도록 좋은 입지의 후보지도 상시 관리하겠다"고 밝혔는데, 정작 조성된 수도권 신도시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의미로 느껴진다는 불만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1기 신도시의 경우 입주 30년이 다가오면서 재건축을 염두에 둬야 할 시점이고, 2기 신도시는 아직 광역교통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이를 서둘러야 할 시점인데, 3기 신도시 조성으로 이런 장단기 계획들이 밀리게 됐다고 인식하며 지역민들이 분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작 서울에 집중해야 할 공급정책이 수도권에서 이뤄지고, 정부 계획이 탄탄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도 신도시 주민들에게 불만"이라고 말했다.

이진혁 기자(kinoe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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