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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美 추가 관세 때렸지만, 中에 타협할 시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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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인상 기준점인 10일 0시 1분, 美 통관 아닌 중국 출항 시점

미국 도착까지 2~4주 여유 준 셈

미국이 중국과 무역협상 도중인 10일(이하 현지 시각)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물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하는 조치를 취했다. 중국 상무부도 즉각 보복을 예고했다. 그러나 양측 모두 협상팀에 시간을 벌어주는 조치들을 취함으로써, 당장의 파국을 피한 채 극적인 타결의 여지를 열어두고 이틀간의 일정 중 마지막 협상을 진행했다.

미국은 이날 오전 0시 1분을 기해 컴퓨터·휴대폰·가구·조명·자동차부품 등 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중국산 상품 5700여종, 200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리기로 했다. 이에 맞서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베이징 시각으로 미국의 조치가 발효된 낮 12시 1분 성명을 내고 "중국은 (미국의 관세율 인상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어쩔 수 없이 보복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류허 중국 부총리가 9일부터 미국 워싱턴을 찾아 미국 대표단과 벼랑 끝 협상을 시작했지만, 미국의 관세 폭탄을 막지 못한 것이다.

미·중 대표단은 9일 진행된 첫날 협상에서는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5시 시작된 협상은 음울한 분위기에서 약 90분 만에 끝났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 미국 언론들은 류 부총리가 이번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 없이 방미했으며 이는 그의 재량권이 줄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도 협상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당국자들은 류허 부총리가 의미 있는 약속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협상이 시작되기 전 트위터에 "협상은 조금도 서두를 필요가 없다"면서 "관세는 전통적인 훌륭한 협상 결과보다 미국에 훨씬 많은 부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했다. 또 "나머지 325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도)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절차가 시작됐다"고 했다. 이는 지금까지 관세를 매기지 않고 있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 협상을 앞두고 중국을 벼랑 끝까지 밀어붙이며 압박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중국 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는 3.1% 오른 채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미국 역시 협상 타결을 원한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 연방정부가 관보를 통해 발표한 관세 인상 시점 10일 0시 1분은 미국 통관 시점이 아니라 중국 출발 시점 기준이었다. 중국 화물이 배편으로 미국까지 가는 데 2~4주가 걸리는 만큼, 실제로 관세 인상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몇 주간의 시차를 허용한 것이다.

중국 상무부 역시 보복을 예고만 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 언급하지 않았다. 가오펑 대변인은 "현재 중·미 무역 고위급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미국이 중국과 함께 노력해 협력과 협상의 방법을 통해 현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희망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여기에다 트럼프 대통령도 양측이 협상에 들어가기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말하고, 류허 부총리가 워싱턴에 도착한 뒤 "진정성을 갖고 왔다. 합리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하고 싶다"고 말한 점도 극적인 타결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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