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창릉 지정으로 일산 반발 커
삼송 개발로 타격 받은 적 있어
지난해 정보 유출 논란에도 지정
마포까지 강북 주택수요 분산 기대
고양서 강남구 통근 많아 눈길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도 고양시 창릉 신도시 부지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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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발표된 3기 신도시 입지에 대한 한 부동산 전문가의 평가다. 2G폰 가게는 고양 일산신도시(1기), 파주 운정신도시(2기)와 김포 한강신도시(2기), 인천 검단신도시(2기)를 말한다. 길목에 새로 들어서는 점포는 이번 3기인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이다.
대규모 새 주거지가 조성되면 인근 지역은 개발 ‘후광 효과’를 예상할 수 있지만 일산 등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기존 수요를 빼앗아가는 ‘빨대 효과’가 예상돼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
일산은 이미 한 차례 '맞은' 적이 있다. 서울 바로 옆에 임대주택을 절반 정도 들인 신도시급 국민임대주택단지인 삼송지구(507만㎡)가 들어선 뒤 일산 집값이 타격을 받았다. 1990년대 초반 지어진 낡은 일산 집에서 새집으로 옮기려는 갈아타기 수요가 삼송으로 갔고 서울에서 넘어온 수요는 가까운 삼송에 눌러앉았기 때문이다.
일산은 2017년 8·2대책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이다. 8·2대책 직전 대비 지난달 아파트값이 일산동구와 일산서구가 각각 2% 넘게 내리며 수도권 조정대상지역 중 유일하게 하락했다. 이 기간 고양에서도 삼송이 있는 덕양구는 3% 넘게 올랐다.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4월 기준으로 삼송 아파트값이 3.3㎡당 1700만원으로 일산(1100만원)의 1.5배 수준이다.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 84㎡ 기준으로 2억원 가까이 차이 난다.
1990년대 초반 지어진 1기 신도시 일산. 서울에 더 가까운 창릉 3기 신도시 개발에 반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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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일산 주민들 가운데 고양 창릉을 선정한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집값을 생각하면 속이 누구보다 편할 것 같지 않다. 일산서구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이기도 한 김 장관 집이 일산서구에 있다. 전용 85㎡ 초과의 중형 아파트다.
이 아파트는 과거 고분양가로 미분양 몸살을 앓았던 단지다. 입주한 지 10년이 돼 가는 최근에야 모두 팔렸다. 김 장관이 5년 전 5억2000만원에 구입한 이 집과 같은 주택형 실거래가 2016년 11월 5억500만원을 끝으로 거래가 없다. 구입 당시 3억6200만원이던 공시가격이 올해 3억3800만원으로 10%가량 내려갔다. 공시가격이 급등했다는 올해에도 김 장관 아파트는 반대로 3억5400만원에서 5% 빠졌다.
일산의 반발과 자신의 표밭을 고려했을 김 장관이 고양 창릉을 3시 신도시에 넣은 이유가 뭘까. 이 일대는 지난해 사전 정보 유출 논란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김 장관은 7일 발표 때 “이번 신규 택지지구를 선정하는 데 있어 매우 적합하다는 판단이 들어 선정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서울과 붙은 경기도 지자체 중 서울 주택 수요 분산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는 곳을 3기 신도시로 정했다. 서울 거주자의 주택 매입과 서울 인구 이동(통근·통학)이 많은 곳이다.
2016~18년 아파트 매입자 중 서울 거주자 비율을 보면 하남(43%)이 가장 높고 남양주(26%), 과천(27%), 고양(27%) 등이다.
이들 지역은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인구 비율도 높다. 2015년 기준 경기도 전체 평균이 18%인데 과천(39%), 하남(36%), 구리(35%), 남양주·고양(각 30%) 등이다.
지난해 말 발표된 1차 3기 신도시(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과천 과천)는 주로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과 성북구 등 동북지역 수요를 겨냥했다. 하남 등에서 서울로 주로 통근·통학하는 곳이 동남권이다.
이번엔 강북 서부지역을 타깃으로 삼았다. 은평·서대문·마포구 등이다. 지난해 집값 급등 때 강북지역을 선도한 곳들이다.
고양의 서울 통근 범위는 은평·서대문·마포·영등포·종로·중구다. 여기다 강남구가 적지 않은 게 눈에 띈다. 고양에서 통근·통학하는 인원이 마포가 1만9009명으로 가장 많고 종로·중구가 1만7000~1만8000명선이다. 영등포가 1만5000명 선, 은평과 서대문이 각 1만1000명 정도다.
자료: 통계청 한국감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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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엔 정부가 손쉽게 택지로 쓸 수 있는 땅이 많다. 접경지역 근처여서 2016년 기준으로 개발제한구역(119.37㎢)이 남양주(226.66㎢) 다음으로 넓다. 고양시 전체 땅의 절반에 가깝다(45%). 개발제한구역 상당 부분이 국·공유지여서 지주들의 개발 반발을 줄이고 보상비를 낮춰 개발비용도 적게 들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고양은 그동안 수도권 주택공급 효자 노릇을 해왔다. 일산을 포함해 공공택지 개발이 가장 많다. 일산에 앞서 1988년 능곡을 시작으로 창릉 인근 향동·지축까지 17개 공공택지가 개발됐다. 일산(1574만㎡)의 두 배가 넘는 총 3471만㎡에 주택 22만가구(인구 74만명)가 들어섰다.
대규모 택지 개발로 고양시 인구는 지난 4월 기준으로 104만명으로 수원(119만명) 다음으로 많다. 현재 개발이 마무리돼 가는 공공택지와 창릉 신도시가 조성되면 수원을 제칠 가능성도 있다.
3기 신도시 개발로 외형상 고양은 덩치가 커지지만 창릉 3기 신도시권과 일산 1기 신도시권 간 ‘내홍’은 더 깊어질 수 있다. 창릉 신도시가 서울 수요를 분산하기보다 일산권만이 아니라 파주 수요까지 빨아들이는 데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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