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년간 해마다 감소하던 농림어업 부문 취업자가 작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증가해 그 이유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답의 절반은 A씨와 B씨처럼 일자리를 잃고 집안의 농사일을 거드는 60세 이상 여성들이었다.
◇작년 늘어난 농림어업 취업자 중 절반은 '60세 이상 여성 무급 가족 종사자'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작년의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2017년(월평균 31만6000명)보다 70%나 줄어든 9만7000명에 그쳤지만, 농림어업 취업자 수 증가는 6만1540명으로 2017년(6000명)과 비교해 10배 넘게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농림어업 취업자 수 증가는 1분기에 작년보다 4만명가량 많은 10만1000명을 기록하는 등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1차 산업'인 농림어업 부문의 고용이 급증하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본지는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실에 의뢰해 농림어업 부문 취업자의 특성(연령·성별·종사상 지위)을 구분한 최근 5년치(2014~2018년) 통계청 자료를 뽑아봤다. 그 결과 지난해 늘어난 농림어업 취업자의 51.4%가 A씨, B씨처럼 농촌에 살면서 남편이 하는 농사일을 돕는 '60세 이상 여성 무급(無給) 가족 종사자'(3만162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급 가족 종사자는 동일 가구 내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이나 사업체의 수입을 위해 일하지만 급여를 받지 않는 사람이다. 조사 대상 기간 주(週)에 18시간 이상 일해야 취업자로 잡힌다.
◇"다른 업종에서의 실직으로 옮겨 왔을 가능성 커"
지난해 60세 이상 여성 무급 가족 종사자가 급증한 주요인으로 전문가들은 다른 산업에 종사하던 농촌 여성들이 실직 등으로 집안일을 돕게 되면서 농림어업 취업자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A씨와 B씨도 일자리를 잃지 않았다면 통계청 조사에서 각각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수목원 근무)과 제조업(공장 근무) 취업자로 분류됐을 것이다. 지난해 60세 이상 여성 취업자의 산업별 비중을 보면 농림어업 부문은 전체의 20.4%로 전년보다 0.8%포인트 늘었는데, 이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비중 증가율(1.87%포인트)에 이어 전체 산업 중 둘째로 수치가 큰 것이다. 반면 사업시설관리업(-1.64%포인트)과 가구 내 고용 활동(-0.76%포인트), 숙박·음식점업(-0.39%포인트), 도·소매업(-0.61%포인트) 등에서는 취업자 비중이 줄었는데 모두 최저임금 인상에 취약하면서 경기에 민감한 업종들이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은 "여러 정황을 보면 비농업 분야에서 일하던 고령 농촌 여성들의 실직이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며 "다양한 세부 자료를 갖고 있는 통계청은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농림어업 취업자 증가는 전형적인 경기 침체기 현상"
농림어업 취업자 급증에는 베이비부머 은퇴에 따른 귀농 증가도 일부 영향을 줬을 수 있다. 지난해 농림어업 취업자 중 '60세 이상 남성 자영업자(보통 농가 주인을 의미함)'가 2만4787명이나 늘어난 것을 보면 이런 추정이 가능하다. 노부부가 은퇴 후 귀농해 함께 농사를 지으면 남성 자영업자 1명, 무급 가족 종사자 1명이 증가하는 셈이다. 60세 이상의 '여성 무급 가족 종사자'와 '남성 자영업자'에서 지난해 5만6410명이 늘어났는데 이는 전체 증가자(6만1540명)의 92%를 차지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14~2017년 사이 60세 이상 귀농 인구(4020→5492명)는 매년 조금씩 늘고 있다. 하지만 귀농 인구 증가세가 폭발적인 수준은 아닌 데다 귀농의 이유에는 노년층이 제2의 인생을 추구하는 것 외에 도시에서 일하던 고령자가 실직 및 폐업 등으로 농촌으로 향한 경우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은퇴 후 귀농' 효과만으로 이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농림어업 취업자 증가를 경기 침체기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1990년대 이후 지난 30여년간 농림어업 취업자가 전년 대비 증가한 것은 2017~2018년을 제외하고는 외환 위기가 터졌던 1998년(11만2000명 증가)밖에 없다. 지난해 농림어업 취업자는 17개 시·도 중 경남(2만2000명)에서 가장 많이 늘었는데, 조선업 불황 등으로 지역 경제가 크게 위축돼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지정된 곳 중 상당수는 경남(거제·통영·고성·창원)에 집중돼 있다. 추경호 의원은 "경기 침체 영향으로 늘어난 농림어업 취업자 때문에 전체 취업자 급감 현상이 희석되고 있다"며 "공공과 농업 부문을 제외한 민간 시장에서의 고용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oasi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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