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기소 핵심 증인’ 불출석…구인장 불구 소재 못 찾아
항소심 대면 무산에 결정적 진술 뒤집으려는 전략 차질
이명박 전 대통령(78·오른쪽 사진) 재판의 핵심 증인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79·왼쪽)에 대한 구인영장이 집행되지 못했다. 김 전 기획관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해서 법정에 끌고 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MB 집사’로 불리던 김 전 기획관의 “다스 실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이라는 진술은 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진술을 뒤집으려는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구인 불발에 자신들이 김 전 기획관을 찾겠다고 나섰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8일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서 김 전 기획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열 예정이었다. 검찰은 이날 “김 전 기획관에 대한 구인영장 집행이 불능됐다고 연락받았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증인에 대한 구인의 경우는 주거지에 있는지 없는지 정도만 확인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여러 차례 김 전 기획관을 증인으로 소환했지만 출석하지 않아서 구인장까지 발부했는데 그것도 집행이 안됐다”면서 “다음 증인신문 기일을 잡는 게 의미가 없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이 출석하겠다고 하거나, 그의 소재를 알아내면 기일을 잡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24일 김 전 기획관에 대해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기획관은 그간 5차례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 증인으로 소환됐으나 건강이 좋지 않다는 등 이유로 불출석했다. 김 전 기획관은 전날 본인의 항소심 재판에도 병원에 입원했다며 나오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김백준은 핵심 중의 핵심 증인”이며, 다음 증인신문 기일을 잡지 않은 채 재판이 진행된다면 “‘재판부의 영장 발부도 무시하면 된다’는 그릇된 관행까지 만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김백준의 소재지 파악에 힘써보겠다”고도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 측은 1심에서는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던 사람들을 법정에 불러 신문하지 않고, 검찰이 제출한 모든 증거에 동의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대거 증인을 신청했다. 반대신문으로 증인들의 진술 신빙성을 떨어뜨린다는 전략이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1심에서 김 전 기획관이 ‘경도인지장애’ 증상을 보이며, 검찰 선처를 대가로 허위진술을 했다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끝내 김 전 기획관이 증인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이 전 대통령 측은 그의 잇단 불출석을 이유로 들며 진술의 증거능력을 문제 삼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항소심에서 김 전 기획관 진술의 증거능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도 1심의 증거동의를 항소심에서 취소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증인이 소환장을 송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김 전 기획관에 대해서는 소환장이 발송됐지만 모두 폐문부재(문이 잠겨 있고 사람이 없음)로 송달이 안돼 과태료를 부과할 수는 없다. “정당한 사유 없이 소환에 응하지 않는 증인은 구인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152조에 따라 재판부는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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