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아동학대 사건이 매년 공식 집계된 것만 수백건에 달하고 있습니다.
보육교사 등 가해자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보육교사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아동학대 보육교사 대부분 집행유예 선고…시민들 "가해자 처벌 강화해야"
5일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어린이집 보육교사에 의한 아동학대 사례는 2014년 295건, 2015년 427건, 2016년 587건, 2017년 840건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복지시설이나 어린이집 등의 종사자가 보호 아동을 상대로 폭행·상해 등 아동학대범죄를 저지를 경우 형량을 최대 50%까지 가중해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했는데요.
그러나 그간 판례를 보면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보육교사들은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지난해 10월 부산지법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돌보던 4세 아동을 바늘로 찌르고 폐쇄회로(CC)TV가 없는 곳에서 폭행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A(65)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같은해 11월 인천지법은 식사를 남긴 원생들의 목덜미를 잡고 강제로 음식을 먹게 하고, 낮잠 시간에 잠을 자지 않은 아동의 등을 때린 혐의로 기소된 보육교사 B(36)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지난달에는 어린이들을 여러 차례 밀치고 잡아당기거나 불을 끈 방에 가둔 보육교사 C(49)씨가 서울북부지법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기도 했는데요. C씨와 함께 기소된 보육교사 D(30)씨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매년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지난해 7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어린이집 아동학대 가해자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취지의 국민청원 게시물이 올라왔고, 41만 여명이 동의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청와대는 해당 청원에 "어린이집 아동학대 처벌 관련 규정들이 더욱 엄정하게 적용되도록 제도를 보완해나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습니다.
◆형량 강화만으론 한계…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보육인력 확보 필요
이처럼 엄벌을 촉구하는 여론이 적지 않지만, 영·유아 보육시설 특성상 훈육을 위한 행위와 학대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고, 형량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도록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과 보육인력 확보도 필요한데요.
2016년 2859개였던 국공립 어린이집은 지난해 3602개로 26%가량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지역별 불균형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는데요. 지방정부 재정 여건과 공보육 확충 정책에 대한 관심도에 따라 지역 편차는 되레 심화했습니다.
정부는 교사 외에도 아이돌보미(베이비시터) 숫자를 지난해 2만3000명에서 올해 3만명으로, 오는 2022년에는 4만4000명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양만 늘리는 것이 아닌 질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보육교사 절반 이상 "휴식확인서에 허위서명 강요당했다"…근무여건 개선도 필요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육교사들의 열악한 근무 여건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육아정책연구소가 2017년 펴낸 '우리나라 영유아 학대 현황 및 예방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영유아 부모와 어린이집·유치원 교사 약 2400명을 대상으로 보육시설 내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부모와 교사 모두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인한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를 아동학대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실제 보육교사들은 제대로 된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보육교직원노조가 보육교사 7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지난 3월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401명) 중 57%가 휴식확인서에 허위서명을 강요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린이집에 독립된 휴게장소가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81%가 ‘없다’고 응답했는데요. ‘자신의 휴게시간에 아이들은 누가 돌보는가’ 하는 질문에는 ‘동료교사’라는 답변이 43%로 가장 많았지만, ‘대신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없다’(35%)는 응답이 두번째를 차지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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