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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새벽배송 시켰더니 일회용품만 20개...과대포장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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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직접 주문해보니...일회용품·포장재 등 쓰레기 과도
대형마트는 속비닐 한장도 못쓰는데...배송시장은 일회용품 규제 전무

국내 신선식품 배송 시장이 커지면서 간편하게 장보고 음식을 시켜먹기 쉬워졌지만, 과대포장과 쓰레기 대량 생산이라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커피 전문점에서는 플라스틱 컵과 빨대가 사라지고 대형마트에서는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전면 금지됐는데 배송 시장만큼은 일회용품이 넘쳐난다.

30일 주요 새벽배송 업체 3곳에서 전날 주문한 약 4만원 상당의 식품을 받아봤다. 빵, 바나나, 요거트 등 9개의 식품이 3개의 박스와 2개의 보냉팩에 담겨 배송됐다. 박스 안에는 포장뽁뽁이, 일회용 비닐, 은박 보냉팩, 에어캡, 아이스팩, 드라이아이스 등 주문 1건당 최소 2~3 종류의 포장재가 동봉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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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주문한 신선식품이 새벽배송으로 오전 7시 전까지 집 앞에 배송된 모습. / 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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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신선식품이 상하거나 뭉개지지 않도록 정성스럽게 포장해줬다는 점이 고마웠지만, 9개의 신선식품을 위해 이렇게까지 많은 포장재와 일회용품이 들어갔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대형마트에서 샀다면 종량제 봉투 1개면 충분 했을텐데 새벽배송을 하니 포장재와 일회용품 20개가 소요됐다. 주문 1건당 포장재 사용량은 쿠팡, 마켓컬리, 헬로네이처 3사 모두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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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된 신선식품을 받아보니 판지 박스는 기본에 포장뽁뽁이, 일회용 비닐, 은박 보냉팩, 에어캡, 아이스팩, 드라이아이스 등이 들어있었다. / 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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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 대형마트, 슈퍼마켓, 복합상점가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일회용 비닐봉지를 제공하다 적발되는 업체는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대형마트에서는 속비닐 한 장 쓰기 어려운 실정인데 정작 배송 시장에서는 플라스틱, 일회용품 등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온라인 배송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심모씨(35)는 "새벽배송이 편해 자주 사용하지만, 박스마다 포장지가 많아 일일이 분리수거하기 번거롭고 낭비가 크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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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서 비닐봉투가 사라지자 상품을 포장하는 박스 코너에 몰린 고개들. /안소영 기자



새벽배송과 익일배송은 그나마 포장재·아이스팩 회수 서비스 등의 개선책을 추진하고 있어 나은 편이다. 이보다 많은 플라스틱과 일회용품이 발생하는 시장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 주도하는 음식 배달 시장이다. 배달 음식은 주식부터 반찬, 국, 소스 등이 다량의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봉지에 담겨 배달된다.

문제는 새벽배송과 음식 배달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적절한 대책이나 규제 없이는 일회용품 사용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10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00억원으로 성장했다. 현재 음식 배달 앱 시장 규모는 3조원, 배달 앱 이용자만 2500만명에 육박한다.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배송 업체들도 잇따라 ‘친환경 배송’ 대책을 내놓고 있다. 새벽배송을 처음 시작한 ‘마켓컬리’는 신선식품 등 포장에 사용하던 플라스틱 지퍼백을 최근 천연 소재 친환경 지퍼백으로 바꿨다. 헬로네이처는 한 번만 쓰고 버려야 했던 종이, 스티로폼 박스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박스를 도입한다. 다만 이런 시도들이 아직 시범운영 및 도입 초기 단계라 큰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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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네이처가 시범운영 중인 친환경 배송 서비스 / 헬로네이처 제공



환경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단기 및 중장기 대책을 준비 중이지만, 섣불리 규제를 도입할 수 없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배달음식은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당장 사업을 지속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달 음식을 포장하는 일회용품을 재사용이 가능한 친환경 용기로 교체하면 용기 수거 인력을 강화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인건비 상승 등의 문제로 실천이 어렵다"면서 "비싼 친환경 용기와 포장지를 사용한 데 따른 비용 상승분을 보전하기 위해 배달비라도 올리면 소비자의 거센 항의를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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