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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관련 민원, 부산에서만 유일하게 감소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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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핑크라이트를 기획한 대홍기획 오픈크리에이티브솔루션(OCS)팀의 고일진 셀장이 서울 중구 대홍기획에서 기자와 만나 핑크라이트 장비를 소개하며 작동 원리를 소개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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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 17일 서울 지하철 4호선 403편성 열차의 임산부석이 검정색 사인펜 낙서로 훼손됐다. 10개 칸 중 7개 칸의 임산부 배려석의 임산부 그림마다 ‘X’ 낙서가 그려져 있었다.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수사를 의뢰받은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고 3일 뒤 종로구에서 A 씨(40)를 검거했다. A 씨가 경찰에 밝힌 범행 동기는 “그냥 싫어서”였다. 경찰은 A 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13년 도입된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사회 갈등이 남녀 대결로 번지는 등 확산되고 있다. 동아일보가 2017년과 지난해 전국에서 2개 이상의 노선을 운영 중인 철도회사의 임산부석 관련 민원 통계를 조사한 결과 서울교통공사에서만 7312건에서 2만7555건으로 276.8% 증가했다. 민원은 양보 부족으로 임산부 배려석 이용이 불편하다는 내용과, 임산부 배려석을 없애달라는 내용으로 갈렸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2.7%, 대구도시철도공사 85.5%, 인천교통공사는 민원 증가율이 905.9%를 기록했다.

반면 부산교통공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민원이 37건에서 21건으로 42.8% 감소했다. 비결은 2017년 12월 부산 지하철 3호선에 처음 도입된 ‘핑크라이트’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임산부 배려석 옆 스테인리스 기둥에 분홍색 점멸등을 달아 동전 크기의 신호 발신기를 가진 임산부가 다가가면 점멸하도록 한 장치다. 2016년 광고회사 대홍기획의 재능기부를 받아 부산시가 설치한 것으로 지난해 9월 1호선으로도 확대돼 모두 284대가 운영 중이다.

핑크라이트를 기획한 대홍기획 오픈크리에이티브솔루션(OCS)팀의 고일진 셀장은 “평상시에는 누구나 앉았다가 자연스럽게 양보하는 배려로 이어지도록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2016년 TV 뉴스에 보도된 임산부 배려석 관련 갈등을 접하고 팀원들과 아이디어를 모았다. 비우라고 강요하거나 비켜달라고 요구하는 대신 서로가 쑥스럽지 않게 ‘자연스런 양보’를 하자는 게 기획의 핵심이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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