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강행’ 과 달리 한발 물러서
국회파행을 불러왔던 패스트트랙이 일단 중단되고, 다시 출발선에 섰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키를 쥔 바른미래당이 자유한국당을 뺀 더불어민주ㆍ바른미래ㆍ민주평화ㆍ정의당 등 여야 4당 공조에 새로운 ‘딜’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여야 4당과 한국당 간 ‘패스트트랙 대치’에 새국면이 조성됐다. 김관영 바른미래 원내대표는 “(거래가)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패스트트랙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초강수를 뒀다. ▶관련기사 4면
김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미래는 권은희 의원이 대표 발의하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을 별도 발의하겠다”며 “이미 사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안건으로 오른 법안 등 2개 안을 모두 패스트트랙에 지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사개특위에서 두 법안을 추가 논의한 후 최종 단일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제안이 수용되면 그 이후 사개특위와 정개특위(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개의해 패스트트랙 진행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패스트트랙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도 강조했다.
전날 같은 당의 유승민 전 대표 등 반대파는 김 원내대표를 향해 패스트트랙 중단을 재차 촉구했다. 유 전 대표는 “철회하지 않는다면 저희가 옳다고 보는 길에 따라 행동하겠다”며 최후통첩을 했다. 이날 최고위에는 하태경ㆍ이준석ㆍ권은희 최고위원의 보이콧에 이어 권은희 정책위의장, 김수민 청년최고위원 등도 불참했다. 패스트트랙 강행에 불만 뜻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김 원내대표가 ‘딜’을 제시한 건 그 스스로도 그간 강행에 부담감을 느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 원내대표는 그가 사개특위에서 사보임한 오신환ㆍ권은희 의원을 향해서도 거듭 사과했다. 그는 “4당 간 사법제도 개혁 단일안을 만들고자 누구보다 앞장선 분들”이라며 “두 분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에 다시 한 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패스트트랙을 만장일치로 추인한 민주ㆍ평화ㆍ정의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민주당은 키를 가진 바른미래가 제자리걸음인 분위기에 속이 타고 있다. 당 일각에선 김 원내대표가 ‘X맨’이었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애초 오신환ㆍ권은희 의원을 무리하게 채이배ㆍ임재훈 의원으로 바꾸면서 한국당과 바른미래 내 반대파에 힘을 실었다는 지적이 일던 와중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거짓말 논란’에 이어 추가로 ‘딜’을 제시하며 더욱 부담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고 했다.
평화당도 바른미래를 탐탁치 않게 보고 있다. 사개특위 소속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찬성 뜻을 밝히며 “김 원내대표가 밀고 나가면 좋을텐데 제가 볼 땐 흔들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의당도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바른미래가)내분을 추스리고 그 뜻을 모으도록 시간을 드렸다”며 “이제 다시 시작할 때”라고 했다.한편 패스트트랙 반대를 명확히 한 한국당은 공세 수위를 더욱 높일 것을 예고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민심을 왜곡하는 선거법, 대통령 마음대로 잡아넣는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으로 간다는데 ‘의회 쿠데타’가 아니면 무엇인가”라며 “결사항전 각오로 항거하겠다”고 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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