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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판문점선언 1주년]총성 사라진 한반도…어렵게 틔운 '평화의 싹' 시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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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후 군사적 긴장 대폭 낮춰

9·19 군사분야합의서 실질적 이행조치

올 들어 남북 간 군사교류 사실상 중단

항구적 평화체제 고착 위한 추진력 시급

"군사합의 안정적 남북관계 동력 삼아야"

뉴시스

【서울=뉴시스】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남북 도로개설 작업에 참여한 남북 장병들이 MDL인근에서 상호 조우하는 모습. 2018.11.22. (사진=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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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종택 기자 =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다."

지난해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손을 맞잡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군사분계선(MDL)을 넘나든 뒤 한반도에는 평화의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당시 두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의 2조는 남과 북이 그 간의 군사적 대립을 해소하고, 상호 신뢰를 쌓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함께 구축해나가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남북 군사당국은 판문점 선언에 담긴 내용을 신속하게 실행에 옮겼다. 두 정상이 만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군사분계선(MDL)에 있는 확성기를 철거하며 상호 비방을 중단하고, 전단 살포도 중지했다.

6월14일에는 2007년 12월 이후 10여년 만에 8차 남북 장성급회담을 재가동했다. 이때부터 JSA 비무장화와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시범 철수 방안에 대한 협의가 시작됐다.

이어 7월에는 남북 함정 무선 핫라인을 10년 만에 복원하고, 서해와 동해지구 군 통신선을 복구하는 노력과 함께 9차 장성급 회담을 통해 역사적인 '9·19 군사분야합의서'의 밑그림을 그려 나갔다.

9월19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평양정상회담을 통해 채택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로 '판문점선언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9·19 군사분야합의서)가 효력을 발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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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의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을 교환을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2018.09.19.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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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합의서에 서명하면서 남과 북은 한반도 전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를 위한 실천적 조치들을 이행하기로 약속했다.

9·19군사합의에서 가장 눈에 띠는 점은 남과 북이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한반도 전역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것이다.

남과 북은 6·25전쟁 정전 이후 70년 가까이 서로를 향해 겨눈 총구를 거두지 않았다. MDL 부근으로는 남과 북이 병력과 무기 등을 집중 배치해 일촉즉발의 상황이 상존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군사력이 밀집해 있는 인류의 화약고 중 하나였다.

여전히 무력 충돌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남과 북이 군사분야합의를 하나, 둘씩 실행에 옮기면서 군사적 긴장은 정전 이래 가장 낮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1일부터 MDL 5㎞ 이내 지역에서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단했다. 해상에서는 서해 덕적도~초도, 동해 속초~통천 수역에서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신을 덮개로 가렸다.

공중에서는 MDL 동·서부 지역 상공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 내에서 군용기의 비행은 물론 실탄사격을 동반한 전술훈련을 금지 했다.

JSA내 남북 모두 경비인력과 화기를 철수하면서 비무장화를 이뤘고, DMZ 내 상호 가까운 GP 11곳의 병력과 화기 역시 뒤로 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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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방부는 20일 북측이 중부전선 GP 11개 중 10개를 폭약을 사용해 완전히 파괴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북측 GP 폭파 모습. 2018.11.20. (사진=국방부 제공)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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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일대에서는 남북이 공동으로 유해발굴을 하기 위해 지뢰를 제거하고, 도로를 개설했다. 이 과정에서 남과 북의 장병들이 한반도의 허리를 가른 MDL 표식 위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는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여기에 발맞춰 한미 군사당국은 연례적으로 실시하던 연합훈련을 연기하거나 축소하는 등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들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병행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두고 보수성향 단체들은 남북관계 개선이나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는 속도에 비해 무장 해제 조치가 지나치게 빠른 것 아니냐며 안보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지만 판문점 선언 이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대폭 낮아진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남북 간 상호 적대행위 금지 등 일련에 취해진 군사합의 이행 조치는 지금까지 상호 잘 지켜지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속도감 있게 진행되던 군사분야합의에 대한 이행이 올해 들어 올스톱했다는 점에서 전망을 어둡게 한다. 지난 1월30일 판문점에서 한강하구 민간선박 통행을 위한 공동 수로조사 결과를 토대로 남측이 제작한 한강하구 해도를 북측에 전달한 것을 마지막으로 남북 간 군사교류가 사실상 중단됐다.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남북미 간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고, 군사분야합의 역시 더는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남측이 제안한 군사회담에 대해 북측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남북이 함께 하기로 했던 공동유해발굴도 남측 지역에서만 단독으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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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강원)=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른 비무장지대(DMZ) 내 시범 철수 감시초소(GP) 가운데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원형을 보존하기로 한 강원도 고성 GP를 13일 국방부가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대한민국 최동북단에 위치한 고성 GP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직후 최초로 설치된 곳으로 북한 GP와의 거리가 580m 밖에 되지않아 남북이 가장 가까이 대치하던 곳이다. 현재 이 곳은 장비와 병력을 철수하고 작년 11월 7일을 마지막으로 DMZ 경계 임무는 공식적으로 종료된 상태다. 2019.02.16.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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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은 판문점 선언 이후 9·19 군사합의에 따라 상호 적대행위를 중지한 지금, 한 차례의 군사적 충돌도 없이 '평화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항구적 평화체제로 고착화시키려면 군사합의 이행을 속개할 만한 추진력이 시급하다.

지난해 두 차례 남북 군사회담 수석대표로 참여한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육군 소장)은 최근 판문점 선언 1년을 평가하는 포럼에서 "금년도에 본격적으로 계획된 것들을 남북이 시작하게 되면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면서 "기본적으로 비핵화, 평화체제, 군비통제 3축이 적절히 선순환하고 상호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틀 속에서 한반도 안보상황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또한 우리가 원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판문점 선언 1년을 돌아보며 "쉼 없이 내달릴 것 만 같았던 남북관계가 경사가 심한 오르막 앞에 다다랐고, 오르막에 오르기 전 잠시 숨고르기가 필요하다"면서 "'판문점선언' 3개조 13개항과 '평양공동선언' 6개조 14개항의 약속이 얼마나 이행됐고, 또 이행하려 노력해 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제재국면에서 남북한 군사분야 합의사항을 중심으로 차질 없이 이행해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남북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미 회담의 성과와 관계없이 지금의 남북 신뢰는 전에 없이 굳건하다"며 "군사합의는 다소간 시기에 있어 조정이 불가피하겠지만 남북 모두 이행 의지를 갖고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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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경기 파주 판문점에서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2018.04.27. photo1006@newsis.com



ohj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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