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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국회와 패스트트랙

'선거제 바뀌면 우파 망한다'···한국당 위기가 부른 대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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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패스트트랙 상정을 놓고 25~26일 격렬하게 충돌하면서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이 무색해졌다. 국회선진화법은 2011년 11월 한미 FTA 비준안 처리때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트리는 최악의 폭력사태를 벌이면서 탄생했다. 2012년 여야가 통과시킨 국회선진화법은 다수당의 독주를 제도적으로 막되, 3/5 이상의 동의를 얻는 조건에서만 패스트트랙이란 강행 처리 방식을 도입한게 골자다. 또 의사진행 방해 등에 대해선 처벌 강도를 대폭 높였기 때문에 국회선진화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국회에서 물리적 충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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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의원과 보좌진들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경호권발동으로 진입한 국회 경위들을 저지하며 헌법수호를 외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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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 8년만에 대규모 충돌이 재연된 건 여야간 ‘게임의 룰’에 해당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에 오르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총선 이전에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개혁 과제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처리해야만 한다. 내년 총선 이후 정국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올해 안에 주요 과제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이 크다. 하지만 128석에 불과한 민주당의 의석만으론 강행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까지 끌어들여 3/5을 채워 패스트트랙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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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처리를 두고 맞붙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사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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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은 민주당을 돕는 대가로 선거제를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꾸는 것을 요구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면 군소정당도 독자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합의가 성사되면서 민주당이 원하는 공수처·검경수사권조정법안 과 군소정당이 원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패키지’로 묶어 패스트트랙에 올라가게 됐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앞으로 총선때마다 ‘진보 블럭’이 항상 다수를 점할 가능성이 높아져 정권 교체가 멀어진다고 보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좌파 독재 플랜 가동”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실제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17일 “내년 총선에서 260석까지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5공 이후 역대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은 항상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게 관례였다는 것도 한국당의 위기감을 크게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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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9시 국회 본청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홍영표 원내대표가 눈을 감고 의원들 발언을 듣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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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관계자는 26일 “일반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걸었다면 이 정도로 반발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법은 보수진영의 존망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결사저지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 민주당도 굳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연연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공수처법안 등을 처리하려면 어쩔수 없이 선거제까지 손을 대야만 하는 복잡한 상황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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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강원 고성 디엠지(DMZ)박물관에서 열린 '평화경제 강원 비전 전략보고회'에 참석해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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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한국당에선 이번 극한 대치를 통해 각각의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분위기도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국회에서 대화 정치가 실종된게 극한적 대결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지금 정치권에 여당이 없다. 청와대가 모든 이슈를 주도하고 민주당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당을 공격하기 급급하다“며 “제1야당에 대한 대화와 설득의 정치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정치학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줄곧 적폐 수사에 집중했고 이를 한국당에선 정치 보복으로 받아들였다”며 “이런 것들이 계속 감정적으로 쌓이다 보니 결국 이번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물리적 충돌로 번진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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