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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교육과정` 도그마에…반복되는 수능문제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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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개혁 가로막는 교피아 ④ ◆

2008년 대입수학능력시험 물리 문제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이상기체'의 성질을 묻는 수능 물리Ⅱ 11번 문제는 1몰의 이상기체의 상태변화 그래프를 제시한 뒤 옳은 것을 고르는 문제였다.

하지만 보기 중에 이상한 부분이 발견됐다. 이상기체는 단원자, 이원자, 삼원자로 구분되는데 각각의 몰비열(1몰의 분자를 1도 올릴 때 필요한 열용량)은 다르다. 하지만 문제에서는 단원자, 이원자, 삼원자의 구분 없이 단순히 이상기체라고만 표기하는 바람에 문제가 됐다.

대한물리학회를 비롯해 많은 과학자들이 "문제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수능을 출제한 교육과정평가원은 "고교 교육과정 테두리 안에서 답을 찾는다면 문제에 오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교 교육과정에서는 단원자만 배운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답변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교직과정에 갇힌 사범대가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며 "현대 물리, 화학의 개념을 송두리째 무시하고 단순히 고교 교육과정이 그렇기 때문에 오답이 아니라는 답변에 황당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결국 교육과정평가원은 복수정답을 인정했다.

이 같은 일은 2015년도 수능에서도 똑같이 발생했다. 당시 정부출연연구소의 책임급 연구원은 "고교 교육과정으로 한정 짓는다면 교육과정평가원의 답이 맞을 수 있지만 실제 과학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생화학분자생명학회와 한국미생물학회 역시 수능 문제가 잘못됐다고 봤다. 교육과정평가원은 문제가 제기되고 열흘 뒤에야 복수정답을 인정했다.

이 교수는 "20세기 과학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등 새로운 내용이 가득한데 19세기에 머물러 있는 교과서와 이를 토대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범대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현재 한국의 공교육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정석우 기자 / 원호섭 기자 / 고민서 기자 / 김유신 기자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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