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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보증금 10억 논란… 쏘카 “없는 규제로 발목", 서울시 "인가 조건 달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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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고급택시 중개 사업을 하려면 거액의 보증금을 내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쏘카, 카카오 모빌리티, 우버코리아 등 고급택시 사업을 준비 중인 업체들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23일 해명자료를 내고 "고급 택시는 서울시 인가사항이고 인가 시 조건을 부여할 수 있다"고 맞섰다.

"차량 공유업체가 왜 거액의 보증금 내나" 반발
중앙일보

차량공유 서비스 타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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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은 우선 보증금이 타당한지를 놓고 의견이 부딪힌다. 현행 고급택시는 모범택시 기사 중에 고급택시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서울시가 심사해 인가한다. 서울시는 “인가시 조건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증금 납부의 근거로 꼽는다. 이에 대해 차량공유 업계 측은 “고급택시 서비스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이용객 예약을 받도록 돕는 서비스 일뿐, 기본적으로 택시 기사가 개인 사업자 자격으로 영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량공유 업체가 거액의 보증금을 낼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서울시, 민간기업 보고 다른 민간기업에 돈 내게 해"
보증금 성격을 놓고도 양쪽의 생각이 다르다. 서울시는 “고급 택시의 품질이 떨어져 소비자 피해가 생길 수 있고, 사업이 확산되고 나면 업체들이 기사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인상할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을 막을 담보장치로 보증금 예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쏘카 측은 “공용 주차장의 요금조차도 조례로 정한 뒤 집행한다. (서울시가 법적 근거가 명확치 않으니) 보증금을 자신들이 지정한 교통요금 결재 업체에 낼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민간 기업이 민간 기업에 돈을 내라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다. 차량공유 업계 측은 "서울시가 '업체들끼리 원해서 협약을 맺는 것으로 하라'고 했다”며 “보증금 관련 협정을 맺지 않으면 인가해 주기 어렵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실무자 협의 과정에서 보증금 10억, 대당 1000만원 등의 얘기가 정제되지 않고 발설되기는 했으나 공문으로 주고 받은 적도 없고 서울시 공식 입장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 "문제 없으면 반환되는 돈"
보증금의 반환을 놓고도 입장이 갈렸다. 서울시는 “고급 택시 중개 업자가 협약 내용을 잘 이행하면 반환되는 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협약을 지켰는지 여부는 판단이 자의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보증금을 내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사업이 잘 되면 근거 규정 없이 10억원을 찔러 주고 사업허가를 받았다고 특혜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고, 사업이 안되면 서울시는 아무 문제 없지만 사업자는 개발비·투자비 등 손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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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시간에 손님을 기다리기 위해 줄지어선 서울 택시.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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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인상 제한 놓고도 논란
서울시가 기사로부터 받는 수수료 인상을 제한하는 것이 고급택시 요금제 취지와 맞는지도 쟁점이다. 고급택시 요금은 현재 민간이 자율로 정한다. 수요가 적고 민생물가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아 시장에 맡겼다. 쏘카 관계자는 “서울시가 수수료 인상 제한 등을 요구하면 시장 자율에 맡기자는 국토부 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돌려받을 수 있는 보증금은 운송 원가와 관계가 없고, 수수료율 상한 등을 서울시가 관리하지 않으면 요금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우버가 확산된 뒤 수수료를 10%에서 25%까지 올렸다”고 예를 들었다.

쏘카 "없는 규제로 발목잡는 경우 처음"
차량 중개 업계는 보조금 조항 때문에 고급택시 사업 자체를 고민 중이다. 쏘카 관계자는 “사업자 입장에선 '붉은 깃발법'이라도 지켜야 한다. 그런데 있는 규제가 신사업 발목 잡는 경우는 봤어도 없는 규제로 발목잡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협약에는 신규 고급택시 중개사업자와 기존 사업자가 공생하면서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박형수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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