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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국회와 패스트트랙

"뚜껑 여니 분당행 패스트트랙" 바른미래 뒤집어놓은 김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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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Who & Why] 합리적이라는 그가 왜 밀어붙였나

중앙일보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패스트트랙 추인' 의원총회 결과발표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개정안과 공수처법등의 패스트트랙'을 의원총회에서 추인했다고 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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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요즘 여의도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이 됐다.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과 손잡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 선거제 개편안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추진하면서다.

당내 바른정당계의 반발 등 난관이 많았지만 김 원내대표는 끊임없이 돌파에 나섰다. 수차례 의원총회를 열어 합의안 추인을 시도했고, 바른정당계가 주장하는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기 어려워지자 23일 의원총회에서 추인 요건을 ‘과반 찬성’으로 바꾸는 즉석 투표까지 벌였다. 이 과정에서 바른정당계 지상욱 의원은 “오늘부터 김관영 원내대표를 바른미래당의 원내대표라고 생각 안 하기로 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안철수계의 한 의원도 “이게 우리끼리 이렇게 피를 흘리면서까지 추진할 사안이냐. 김 원내대표의 속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 뒤 바른정당계의 구심점인 유승민 의원은 “동지들과 당 진로를 고민하겠다”고 밝히는가 하면 이언주 의원은 의총에서 12:11로 패스트트랙 당론이 통과되자 기자회견을 열어 바른미래당 탈당을 선언했다. 당 일각에서 ‘뚜껑을 열어보니 바른미래당의 분당(分黨)으로 가는 패스트트랙’이라는 자조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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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의원총회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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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을 바라보는 당내 관계자들 사이에선 “김관영이 왜?”라는 물음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런 후폭풍이 뻔히 보이는데도 김 원내대표가 홀로 패스트트랙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함께 보조를 맞춰야 할 바른정당계 유의동 원내수석부대표는 물론 권은희 정책위의장, 이태규·김중로 의원 등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도 김 원내대표와 결을 달리 하고 있다.

바른정당계 한 의원은 “‘온건ㆍ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김 원내대표의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행보”라며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는 말을 제대로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김 원내대표의 강공 드라이브 배경을 놓고 여러가지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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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왼쪽부터), 유승민, 하태경, 지상욱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패스트트랙 추인' 의원총회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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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호남 차세대 리더 노렸나= 김 원내대표를 비판하는 측에선 그가 정치적 야심 때문에 일을 벌였다고 보는 의견이 적지 않다. 김 원내대표의 지역구는 전북 군산이다. 국민의당계의 한 의원은 “재선인 김 원내대표가 이번 기회에 인지도를 높이고 호남 개혁세력의 차세대 리더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호남 정치권을 대표했던 정동영ㆍ박지원ㆍ박주선 의원 등 중진들은 이제 60대 중반 이상으로 접어들었다. 이를 대체할 차세대 리더군이 딱히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김 원내대표가 빈 자리를 노리고 나섰다는 것이다. 여기엔 여권에 호의적인 호남 지역 정서를 의식한 측면도 있다.

바른정당계에선 보다 노골적인 비난도 나온다. 이른바 ‘지역구 밀약설’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바른미래당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보고, 민주당과 제휴했다는 말이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패스트트랙을 돕는 대가로 민주당 공천을 받거나 민주당이 군산에 공천하지 않는다는 밀약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방적인 의혹제기일 뿐 아무런 증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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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운데)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끝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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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당 생존을 위한 베팅=반대로 바른미래당을 위한 결단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의당계 한 의원은 “김 원내대표는 20대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 연동형 비례제가 제3정당에 ‘호재’라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대 총선 때도 민주당과 새누리당 사이에서 비례 의석을 확보하겠느냐는 의구심이 컸지만, 결과적으로는 가장 많은 표를 얻어 13석이나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김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에서 지역구 기반이 가장 탄탄한 의원 중 하나”라며 “굳이 지역구 걱정 때문에 이렇게 큰 정치적 도박을 벌였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김 원내대표의 고민이 끝난 건 아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투표에서 1표 차이(12:11)로 추인을 얻어내긴 했지만 예상보다 찬성표가 적어 부담이 커졌다. 공수처법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진 오신환 의원이 사개특위에서 반대표를 행사하면 공수처법 패스트트랙은 무산된다. 오 의원이 입장을 안바꾸면 사개특위에서 오 의원을 교체해야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엄청난 당내 반발을 야기할 수 있어 김 원내대표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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