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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성추행·갑질 논란 서울대, 교수·학생·직원 참여 ‘권리장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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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학생·교직원들의 권리와 책임을 명시하는 ‘서울대 권리장전’(가칭) 제정을 추진 중이다.

최근까지 교수들의 갑질·성추행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서울대는 가해자 교수에 대한 징계 과정에서 피해자인 학생과 교직원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향신문

서울대 총학생회 등이 학생 성추행 의혹을 받는 서어서문학과 A교수 파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지난달 4일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열었다. 이들은 10개 국어로 번역·작성한 A교수 규탄 대자보를 기자회견장에 전시했다. 우철훈 선임 기자 photo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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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무처 관계자는 “교수·학생·직원 등 대학 구성원들의 권리와 책임을 선언하는 권리장전 초안을 만들 계획”이라며 “초안을 중심으로 학내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 형태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권리장전 추진은 지난달 서울대 인권센터가 ‘서울대 인권 개선 과제와 발전 방향-학생 인권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연구 보고서에서 대학의 권리장전 제정을 권고하면서 시작됐다.

보고서는 “2016년부터 서울대 교수와 대학원생 사이의 인권침해 문제가 사건화됐지만, 구성원 사이의 인식 격차로 갈등이 증폭됐다”며 “대학공동체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대한 합의를 만들고, 이를 규범으로서 명시적으로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대학 구성원의 책임과 권리, 대학의 의무, 권리장전 위반에 따른 절차 등을 담은 ‘권리장전’과 이를 구체화한 ‘인권지침’을 만들라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교수·학생·직원으로 구성된 ‘서울대 권리장전 제정위원회’를 총장 직속 기구로 만들라고 권고했다.

권리장전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권리장전이 학칙에 준하는 위상이나 구속력을 가질지도 논의를 거쳐야 한다. 서울대 관계자는 “이전에도 서울대 인권선언문을 비롯해 학내 구성원들의 권리를 담은 문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면서 “권리장전에는 학생과 교직원들의 권리를 보다 포괄적으로 명시하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최근 교수들의 갑질과 성추행 등 이른바 ‘권력형 비위’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서어서문학과 소속 A교수는 외국 학회 출장 중 호텔에서 지도 제자를 성추행 한 의혹으로 중징계 권고를 받고 현재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지난해에는 사회학과 소속 H교수가 학생들에게 성희롱과 폭언을 하고, 집 청소를 시키는 등 갑질을 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관련 징계 규정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징계만 받았다.

학생들은 A교수 파면과 징계위원회 내 학생 참여를 촉구하며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인문대 학생회장은 단식 15일째 건강 악화로 병원에 이송됐고, 뒤이어 서어서문학과 학생회장 등이 릴레이 단식에 나섰다. A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특위)는 “현재는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도 피해자와 학생이 교수 징계 과정에서 어떤 정보도 공유받을 수 없다”며 교원징계규정에 피해자 권리를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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