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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수세미’의 재해석…기관지 약한 아이들에게 도움 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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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중기&창업팀 홍보경 기자] 지난 2012년 미국 ABC방송 창업 오디션 프로그램 ‘샤크탱크’를 통해 알려진 뒤 2019년 2월까지 누적 2500만개 이상 팔린 물건이 있다. 더 놀라운 점은 이 제품을 출시하게 된 계기가 바로 잔디 깎는 기계를 청소하라는 아내의 잔소리 덕분이라는 거다. 우리는 이것을 비록 이 회사의 제품이 아닐지라도 싱크대마다 반드시 한 개 이상씩은 가지고 있다. 바로 수세미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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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진 한약학 박사/사진제공=동온하정


수세미를 사전에서 찾으면 ‘주방용 스펀지 등 설거지할 때, 그릇을 씻는 데 쓰는 물건’과 ‘수세미외(외=오이). 박과의 한해살이 덩굴풀’, 두 가지 뜻이 나온다. 오래 전부터 수세미외의 과피를 벗겨내고 남은 섬유질을 사용하여 그릇을 닦거나 목욕할 때 때수건으로 사용해 왔다고 하니, 수세미외의 과육 모양을 본 따 설거지용 수세미를 만들었으며 이름 또한 수세미라고 붙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수세미는 한약재로 사과락(絲瓜絡)이라고 하며, 박과에 속한 일년생 덩굴성 식물인 수세미오이의 성숙한 과실의 목질부를 생약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약재는 익으면 과육이 섬유화 되기 때문에 사(絲), 라(羅)라는 명칭으로 불렀으며 냄새가 없으며 성질은 平(차거나 더운 쪽에 치우치지 않다)하고 맛은 甘(달다)고 기록돼 있다. 하지만 약간은 서늘한 쪽에 가깝기 때문에 평소 비위가 냉해 소화 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수세미만을 단독으로 오랜 기간 먹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좋겠다.

성분을 살펴보면 수세미 열매에는 점액이 많고 무정형의 쓴맛물질인 루페인(luffeine), 아미노산의 일종인 시트룰린(citrulline)을 비롯해 케르세틴(quercetin)이라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세포손상을 막고 심혈관질환 및 고지혈증을 예방해줘 혈관을 튼튼하게 해준다. 특히 이 케르세틴 성분은 폐 조직이 굳어 심각한 호흡장애를 일으키는 폐섬유증의 개선에 도움을 주는 메커니즘으로 2018년 국제학술지 'Cell Biochem Biophys'에 실리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체내에서 항균, 항암, 항바이러스, 항염, 항곰팡이, 항알레르기 효과가 있기 때문에, 최근 유행하는 알러지성 비염이나 천식 등에 수세미의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수세미에는 트리테르페노이드 사포닌 성분도 풍부하다. 트리테르페노이드 사포닌은 인삼, 도라지 등에도 들어있는 성분으로써 가래와 기침을 멎게 해주고 기관지를 건강하게 해주는 데 탁월한 성분이다. 요즘처럼 미세머지, 황사, 꽃가루 등에 의해 기침을 달고 사는 아이들이나 기관지가 약해 감기에 자주 걸리는 아이들에게 수세미가 요긴하게 쓰일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예로부터 본초강목과 동의보감 등 각종 고서에 천라수(天羅水, 하늘이 내린 비단수)로 명시될 만큼 피부 보습에 탁월함을 인정받아 왔다. 실제로 수세미 특유의 루시오사이드 계열 사포닌은 피부를 맑게 해주고 피부 진정 및 보습, 항균 등의 효과 때문에 수세미를 이용한 화장품, 비누, 마스크 팩 등이 시중에 나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同氣相求(동기상구)는 기운이 비슷한 것끼리 영향을 미친다는 한방이론이다. 예컨대 뼈나 관절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소의 사골국이나 무릎부위의 연골을 삶은 도가니탕을 권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이러한 동기상구의 측면에서 보면 폐 건강에 수세미만큼 좋은 식물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도움글: 윤영진 한약학 박사

중기&창업팀 홍보경 기자 bk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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