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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국가·지자체 제역할 못하자 자살예방 팔 걷은 韓 종교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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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생명은 소중합니다 2부 ③ ◆

자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이 미흡한 한국에선 종교단체들의 적극적 참여를 바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병원, 경찰, 소방청 등 유관기관들이 자살 예방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선진국들과 한국의 현실이 다른 만큼 종교계가 자살 예방을 위한 완충 역할을 해주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본부장은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하는 우리나라의 자살 예방 사업이 초기 단계라 민간의 도움이 절실한데 그중에서도 큰 힘이 될 수 있는 매개체가 종교"라며 "자살 예방 백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25~30%가 자살 예방에 가장 많은 도움을 받는 경로로 종교단체를 꼽을 정도로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아직까지 종교단체들이 자살 예방 관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종교단체가 자살 예방 사업에 참여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미 종교계 일각에선 이런 사회 요구에 발맞춰 움직이는 사례가 포착된다. 개신교에서는 '라이프호프'라는 단체가 있다. 2012년 공식 탄생한 라이프호프는 교육과 상담, 캠페인 등의 사업을 진행한다. '무지개'라는 청소년 대상 교육과 '라이프워킹'이라는 생명문화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특히 자살 위험에 있는 이웃을 돕는 '생명보듬이'들을 양성하는 무지개 프로그램은 중앙자살예방센터의 인증을 받기도 했다. 2015~2017년에 총 1만6596명이 해당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지난해에는 2만3931명의 생명보듬이가 양성됐다.

천주교도 자살 예방 운동에 나서고 있다. 2010년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발족한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는 생명 존중 자살 예방 캠페인을 비롯해 자살 예방 활동가 교육과 상담을 펼치고 있다. 캠페인에는 지난해 5956명이 참여했고, 전화상담을 통해 1727명의 위기상담을 진행했다.

원불교는 둥근마음상담연구소라는 기관을 통해 자살 예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둥근마음상담연구소에서 개발한 생명존중-ASM(Art Sun & Mind) 프로그램은 미술 치료와 명상 등을 통해 생명존중의 마음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해당 프로그램은 자살 고위험군과 소외된 노인들을 주요 대상으로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각 종교단체가 어우러져 자살 예방 사업을 함께하기도 한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에서 진행하는 '살사(살자 사랑하자)'라는 프로그램엔 4개(개신교·천주교·원불교·조계종)의 종교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각 종교단체가 각자의 종교적 특색을 가미한 자살 예방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처럼 종교단체가 자살 예방 사업에 나선 것은 자살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라는 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라이프호프 관계자는 "그동안 종교적으로는 자살을 언급하는 게 금기 사항처럼 여겨졌지만 자살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게 되면서 공적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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