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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경찰조사서 "내 정보 빼내려고?"…취재진 노려보며 "불이익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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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혐의로 구속된 안인득(42)이 19일 오후 진주경찰서에서 병원 치료를 위해 이동하는 도중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진주의 아파트 방화 살해범 안인득(42)의 얼굴이 19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안은 이날 범행 당시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르다 다친 자신의 양손을 치료하기 위해 경찰서를 나섰다. 전날 신상 공개 결정에 따라 마스크와 모자를 벗었다. 안은 짧게 깎은 머리에 남색 등산복과 슬리퍼를 신었고, 천으로 가린 수갑과 포승줄에 묶인 채 모습을 드러냈다. 죄의식 없는 표정에 격앙된 말투로 취재진의 질문에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여전히 답변은 오락가락했다. 그는 "피해자 유족들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다 갑자기 "10년 동안 불이익을 당해 왔다. 진주시의 비리와 부정부패가 심각하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에 완전 미친 정신 나간 것들이 수두룩하다"며 횡설수설했다.

진주경찰서는 안을 상대로 계획 범죄 여부와 범행동기, 사건 당일 동선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신빙성 있는 진술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에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1명의 프로파일러를 추가 투입해 모두 3명의 프로파일러가 안의 정신 심리상태 분석과 함께 신빙성 있는 진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안이 프로파일러 질문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빼내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진술을 거부하거나 기억이 안 난다는 말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안의 휴대전화 분석은 물론 CCTV와 피해자 목격자 등 주변인들을 상대로 한 탐문수사를 통해 당시 범행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또 정신병력 진료 내역을 추가로 확인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압수수색 검증영장을 받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날부터 경남경찰청 차원의 진상조사도 본격화했다. 안과 관련해 출동한 경찰관 조치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주민들 주장에 대해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진상조사단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 3월 13일까지 피의자 안과 관련된 8건의 112 신고에 대한 사건 처리 절차는 물론이고 사건 발생 당일 현장 초동조치 등 전 과정을 조사한다. 안과 관련된 112 신고는 지난해 9월 1건, 올해 1월 1건, 2월 1건, 3월 5건이다. 이 중 안이 거주하던 집 위층과의 문제로 접수된 신고 5건 중 1건만 재물손괴로 검찰에 송치됐다.

희생자 유족들은 이날 국가기관의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요구하며 장례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당초 유족들은 이날 오전 8시 30분 희생자 3명의 발인을 할 예정이었으나 발인 시작 1시간여 전에 전격 취소했다. 20일로 예정된 나머지 희생자 2명에 대한 장례 일정도 연기됐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비롯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도 안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경찰의 부실대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진주 계획형 방화·살인 사건에 초기 부실한 대처로 예견된 사건을 막지 못한 경찰들 및 관련자들의 엄중한 수사를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비롯해 경찰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다양한 글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안이 휘두른 흉기에 사망한 금 모양(12)의 사촌언니 염 모양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이 개인 SNS에 올린 사건 발생 전후 상황에 대한 묘사글이 각종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공분은 확산되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현재 추진 중인 정신질환자 치료·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보완하기 위해 경찰청·법무부 등 관계 부처와 협조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자해나 타해 사고가 발생하면 경찰이나 소방서, 보건소 내 정신건강복지센터 중 어느 쪽으로 신고가 들어오더라도 세 기관이 동시에 공동 대응하는 체계를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진주 = 최승균 기자 / 서울 = 서진우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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