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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디지털 도구 손에 쥔 新인류…축복인가 저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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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호모 사피엔스만이 외부의 물건을 능숙하게 다룸으로써 지구 전체를 변모시키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항상 물건을 만들어서 인공물의 세계를 생산해 왔고, 결국에는 우리 자신이 살아가는 생활 환경 전체를 변화시켰다. 그런 물건은 몸에 걸치는 것에서 시작해 크게는 포도밭, 피라미드, 고층 건물부터 작게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유전자 편집, 나노 공정에까지 이른다."

모든 것은 도구 하나로부터 시작됐다. 인류가 직접 물건을 만들고 썼던 그 순간부터 사고방식, 사회적 관계를 비롯한 역사가 바뀐 것이다. 농업 혁명이 일어나고 문명 사회가 생겼다. 제1, 2차 산업혁명을 지나 본격적으로 변화의 시대를 맞이한 인간은 오늘날 디지털 기술이 고도로 발전된 현대 사회에 살고 있다.

'디지털 유인원'은 세계적인 컴퓨터 과학자와 경제학자가 함께 제안하는 미래 보고서다. 책을 펼치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건 영국 시인 토머스 엘리엇의 문구다. "우리가 지식에서 잃어버린 지혜는 어디 있는가, 우리가 정보에서 잃어버린 지식은 어디 있는가." 책은 인간이 도구를 지배했던 시대를 지나 인공지능, 스마트 제품 등 온갖 기기에 둘러싸인 현대의 인류를 분석하며 '디지털 유인원'이라고 새롭게 이름 붙인다.

"새로운 종류의 동물, 마법처럼 신기하고 천사처럼 완전 무결한 힘을 가진 유인원이 출현하고 있다. 그 유인원이 천사 가브리엘이 될지, 아니면 타락천사 루시퍼가 될지에 대한 선택권은 우리에게 있다." 저자들은 이러한 최신 '도구'를 제대로 관리하는 방법을 익히지 않으면 인류를 특별하게 만들었던 기술은 기회가 아닌 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25년여 동안 인지심리학, 컴퓨터 신경과학, 인공지능에 대해 500편이 넘는 학술 논문을 써온 나이절 섀드볼트가 일반 독자도 접근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낸 책이다. 공동 저자인 로저 햄슨은 영국 레드브리지 자치구의 수석 장관을 16년간 맡았던 이론경제학자다.

이들은 묻는다. "디지털 유인원은 17세기 과학자, 철학자, 시인들이 세계를 앞으로 전진시킨 것처럼 새로운 계몽시대의 목전에 있을까? 아니면 우리의 마법의 기계가 너무 빠르게 진화해 우리를 앞서거나, 소수의 디지털 엘리트가 나머지를 위해 선택을 내리는 매우 불쾌한 미래를 맞이할까?" 책은 끝없이 발전하는 기술의 출현이 인류에게 미친 영향을 다양한 사례로 설명하고 우리가 미래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경제학, 심리학, 철학, 사회학적으로 폭넓게 접근한다.

책은 디지털 유인원의 생태학적 특징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첫째, 언제 어디서든 네트워크 접속이 가능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이들은 수백만 명이 참여하는 집단 지성과 창의력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유인원은 겉으로 보기에는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워 보일지 몰라도 사실은 그 누구도 설명하기 어려운 초복잡·초고속 시스템에 둘러싸여 있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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