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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크리틱] 음원시장, 취향과 차트 사이 / 미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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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지금 세계에는 매일 2만곡 이상의 음악이 새로 나온다고 한다. 그러니 그 모든 음악을 다 듣고 살 순 없다. 물론 그럴 필요도 없다. 언제나 문제는 어떤 음악을 들을 것인가였다. 감상자는 같은 시간과 비용으로 더 큰 즐거움을 얻는 문제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에게는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문제다.

이에 대해 음악 산업이 찾아낸 대답은 크게 두가지다. 한가지는 ‘취향’이다. 사용자가 지금까지 들었거나 ‘좋아요’ 표시한 음악을 바탕으로 좋아할 만한 음악을 추천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차트’다. 지금 많은 이들이 듣고 있는, 즉 유행하는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다. 이외에도 주제나 인물 등 다양한 요소가 추천에 반영된다. 그러나 지금 가장 중요한 기준은 취향과 차트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세계 음원 시장의 40%를 차지한다는 음원 서비스인 ‘스포티파이’가 화제에 올랐다. 국내에 진출한다는 소식으로 한동안 떠들썩하더니 사실무근이라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스포티파이의 강점은 취향 추천에 있다. 사용자 한사람 한사람이 좋아할 만한 음악을 절묘하게 찾아내 추천하는 것이다. 사실 이는 애플뮤직 등 해외 플랫폼들이 대체적으로 갖는 공통점이다. ‘누가 나에게 더 잘 맞춰주느냐’는 개개인의 경험 차이일 수 있지만 말이다.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하나 보고 나면, 또 관심이 갈 만한 다른 영상을 귀신같이 찾아 보여주는 경험은 많은 이들이 하고 있을 것이다.

반면 멜론, 지니, 벅스 등 국내 음원 서비스는 최신곡과 차트를 중심에 둔다. 그 결과는 최신곡 중에서 일부가 추려져, 차트로 수렴한다. 그러나 멜론 월간 차트를 보면 새롭게 올라오는 이름은 많지 않다. 2018년 1월부터 지금까지 50위권 이내에 단 한번이라도 이름을 올린 아티스트는 100팀을 가까스로 넘긴다.(그중 전현직 아이돌은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50위권의 물갈이는 대략 매달 예닐곱팀 수준이란 뜻이다. 단지 차트에 올라가 있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감상되고, 그래서 차트에 눌러앉는 곡이 많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차트만을 듣는 사람이 많다는 뜻도 된다. 멜론은 4천만곡의 음원을 보유 중이라는데, 지금 차트에 든 100곡 이외에는 전부 들러리 신세라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한국 음악시장에 다양성이 부족하다면 차트의 지나친 지배력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국내 서비스들도 노력을 기울여왔다. 음악가가 직접 음악을 올리며 팬들과 소통하는 장을 시도한 플랫폼들이 있다. 매거진을 통해 모든 걸 떠나서 음악이 좋은 아티스트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기도 하고, 주제나 인물에 따른 플레이리스트도 의욕적으로 제공한다. 그러나 차트와 음악 감상의 공고한 연결고리를 넘어서지는 못하고 있다. 어쩌면 플랫폼 자체가 차트 중심 소비에 최적화돼 굳어진 탓이다.

같은 문제의식의 발로일까. 최근 국내에 새롭게 등장한 플로, 바이브 등의 서비스들은 취향에 따른 추천을 중심에 두고 ‘한국형’으로 변용하는 방향성을 보인다. 다만 이들 역시 기존 서비스들과 시장점유율을 경쟁하는 입장이다. 취향은 여전히 차트의 아성에 불확실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플랫폼들이 음악의 다양성을 지지한다면 취향에 의한 사용자 경험을 보다 적극적으로 제시해주길 기대한다. 취향보다 차트의 시장이 된 것은 한국인이 차트를 좋아해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차트의 시장이 취향의 형성을 가로막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 대중이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는 기쁨에 좀 더 노출될 자격이 없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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