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로슈, 지난달 로아큐탄 품목 자진 취하
-동아에스티 등 복제약 자진 취하 우수수…복제약 15개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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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중증 여드름약 '로아큐탄'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리지널약이 한국을 떠나면서 여드름약 시장을 두고 복제약끼리의 총성 없는 전쟁도 시작됐다. 보건당국이 여드름약에 대한 안전성 조치를 강화한 것을 계기로 복제약이 무더기로 품목 자진 취하를 한 상태여서 50억원 규모의 여드름약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부작용 논란 '로아큐탄' 한국 시장 26년만에 철수= 1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국로슈는 지난달 14일자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로아큐탄에 대한 품목 자진 취하를 했다. 1993년 한국에서 시판허가를 받은 후 26년 만이다.
한국로슈 관계자는 "그동안 특허가 풀린 이래 동일 성분 제제(복제약)이 많아지면서 시장 경쟁이 심화됐다"면서 "비즈니스적인 판단에서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로아큐탄은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중증 여드름치료제다. 최초의 먹는 이소트레티노인 제제로 1982년 출시 후 2002년 미국 특허가 만료되기 전까지 로슈의 전체 품목 중 두 번째로 많이 팔렸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활발하게 처방됐으며 특허 만료 후 한미약품,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동구바이오제약 등에서 30여개의 복제약이 나왔다. 연간 시장 규모는 50억원 정도다.
◆안전성 강화 조치 앞두고…= 로아큐탄 한국 철수 시기는 공교롭게도 보건당국이 태아 기형 등의 부작용 우려에 따라 안전성을 강화한 것과 맞물린다. 한국로슈 관계자는 "부작용 논란 때문에 철수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미국의 경우 2009년 허가를 취하했는데 당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공식적으로 안전성, 유효성 문제로 취하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적시했다"고 말했다.
이소트레티노인 제제의 임신부 복용에 대한 부작용 위험은 2000년대 초반부터 알려졌다. 임신부가 이 약을 복용하면 35%의 태아에서 안면 기형, 신경 결손, 심장 기형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긴다. 미국은 2006년부터 일찌감치 임신예방프로그램의 일종인 'iPLEDGE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의사가 전산시스템에 환자를 등록하고 패스워드를 부여한 뒤 지정된 약국의 약사에게 약을 처방하도록 한다. 약물 복용 중 피임, 복용 전후 임신 검사도 필수다. 유럽은 의사와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 자료를 제공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뒤늦게 나마 지난해 4월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6월부터 가임기 여성이 이소트레티노인 제제를 사용할 때 반드시 임신을 확인하는 임신예방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임신예방 프로그램에 따라 의사와 약사는 환자에게 기형 유발 위험성, 피임기간 및 방법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피임기간은 복용 1개월 전, 복용 중, 복용 후 최소 1개월까지다. 설명을 듣고 환자가 피임 등 임신예방 프로그램에 동의한 경우에 한해 처방받을 수 있다. 의사와 약사는 환자가 임신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후 해당 약을 처방·조제해야 한다. 또 주기적인 임신 여부 확인을 위해 처방일수를 30일로 제한했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이 성분을 위해성관리계획(RMP) 대상으로 지정했다. 제약사는 6월부터 태아 기형 유발 위험성과 주의사항을 포함한 안내서, 의·약사용 체크리스트, 환자용 동의서 등을 관련 병의원·약국에 배포하고 식약처에 이행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복제약 15개, 그들만의 리그= 식약처가 지난해 이소트레티노인 제제에 대한 임신예방프로그램 가동을 예고한 이후 복제약 십수개가 무더기로 품목 자진 취하를 결정했다. 품목 자진 취하 신청은 지난해 4월부터 식약처가 업계 의견 수렴에 나선 이후 본격화됐다. 특히 지난해 9~10월에 집중됐다. 동아에스티, 일양바이오팜, 동광제약, 태극제약, 안국약품, 삼성제약, 삼천당제약 등 10개 제약사가 이소트레티노인 제제 품목을 취하했다.
이에 따라 6월부터 임신예방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고 남은 복제약은 한미약품, 대웅제약, 동구바이오제약, JW신약, 코오롱제약, 콜마파마 등 15개뿐이다. 당초 30여개의 복제약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제약사들은 투자 비용 대비 매출액을 고려한 '선택과 집중'이라고 설명한다. 업계는 위해성관리계획 이행을 위한 초기 비용으로 20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한다. 이후 인력 등의 유지·관리 비용은 구체적인 위해성관리계획 내용에 따라 달라진다. 더 이상 이소트레티노인 제제를 판매하지 않기로 한 제약사 관계자는 "업계 공동 위해성관리계획 진행을 고려했으나 의견 일치가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매출액 대비 투자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자진취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리지널약과 복제약의 자진 철수에 따라 남은 15개 복제약이 50억원 규모의 시장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로아큐탄이 26억6700만원(원외처방액)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이어 이소티논(한미약품) 12억3500만원, 니메겐(메디카코리아) 11억2000만원, 크레논(동구바이오제약) 6억2000만원, 아큐네탄(대웅제약) 5억5400만원, 제로큐탄(JW신약) 3억2400만원 등의 순이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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