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득, 지난해 여름부터 베란다에서 고함 질러
주민에게 소변 뿌리고 현관문에 오물 투척
주민들 “살인사건 나자 그가 범인일거라 생각”
18일 오전 진주 아파트 묻지마 살인사건 피의자 안씨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진주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송봉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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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가좌주공아파트 302동에 사는 주민이 지난 3월 8일 인근파출소에 신고한 내용이다. 주민과 마찰을 빚은 젊은 남성은 지난 17일 발생한 ‘진주 묻지마 살인사건’의 피의자 안인득(42)씨다. 안씨는 이 아파트 303동 406호에 살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아파트 주민은 안씨를 5차례 신고했다. 4건은 안씨 집 바로 위층인 506호 주민이, 나머지 한 건은 302동 주민이 했다. 경찰은 서로 주먹을 휘두르거나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4건은 사건 처리를 하지 않았다. 506호 주민이 신고한 오물 투척 난동에 대해서만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해 사건 처리가 진행 중이다.
302동 주민은 “안씨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을 이 동네 주민 상당수가 알고 있었다”며 “경찰 신고를 해도 아무 조처를 해주지 않아 ‘누구 한 명 죽어 나가야 경찰이 움직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안씨의 이상 증세는 지난해 여름부터 심각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아파트에서 4년째 청소일을 하는 유모(59)씨는“안씨가 2015년 12월 이사 왔을 때에는 아파트에 비치된 운동기구를 이용하고 이웃 주민과 인사하는 등 정상적인 모습이었다”며 “여름이면 열어두던 현관문을 지난해 여름부터 한 번도 열지 않더니 그때부터 자신의 집 베란다에 서서 고함을 지르고 욕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진주 묻지마 살인사건 피의자 안인득 씨가 위층 506호 현관문에 오물을 뿌리는 모습. [사진 피해자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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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은둔생활을 하던 안씨는 조현병 증세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살도 급격히 빠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씨는“안씨가 처음 이사 왔을 때에는 살이 통통했는데 올해 초에 보니깐 몸이 삐쩍 말랐더라”며 “젊은 나이에 혼자 살다 보니 우울증이 와서 베란다에서 고함을 지르고 횡설수설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안씨는 베란다에서 고함을 지르다가 지나가는 주민이 있으면 오물을 뿌리기도 했다. 이 아파트 303동 308호 주민은 “지난 3월 아파트 지상 주차장 앞 인도에서 딸과 사위가 서 있었는데 위에서 뭔가 냄새나는 액체가 떨어졌다고 한다”며 “위를 쳐다보니 안씨가 베란다에 서서 욕을 하면서 통에 든 소변을 뿌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로 딸이 무섭다며 자신의 아파트에 오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17일 오전 4시 30분 방화와 살인 사건이 벌어지자마자 주민들은 안씨를 범인으로 특정했다고 했다. 이 아파트 302동에서 14년째 살고 있는 표모(72)씨는“올해 4월에만 안씨가 베란다에서 고함치는 모습을 2차례 목격했다”며 “지난 17일 새벽 소방차와 경찰차 출동 소리에 아파트 주차장으로 뛰쳐나온 주민들이 한목소리로 ‘안씨가 결국 일을 냈구나’고 말할 정도로 안씨의 이상증세는 심각했다“고 말했다.
2010년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 진단을 받은 안씨는 2016년 7월까지 진주의 정신병원에서 조현병 통원치료를 받았다. 이후 아무런 치료도 받지 않았다.
진주=이은지 기자, 위성욱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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