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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내부고발의 세계]"신변 보호도 안 되는데 공익제보? 말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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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내부고발, 가장 큰 수혜자는 조직

내부고발자 색출보다는 활성화에 초점 맞추는 게 장기적으로 이익

김영수 전 소령 "내부고발 일원화 창구, 공익신고지원센터 등 필요"

박헌영 내부제보실천운동 대표 "공익신고자보호법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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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내부고발은 조직 내부의 문제점을 가장 빠르게 확인하고 시정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청정기'다. 고발 대상 대부분은 초동 대처만 잘 하면 바로잡을 수 있는 사소한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폭로한 박헌영 내부제보실천운동 상임대표(전 K스포츠재단 과장)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부고발자 가운데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 폭로를 결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면서 "상식적이지 않은 부분에 대해 지적하면 당연히 고쳐질 것이라 생각하고 제보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내부고발을 가벼운 문제로 여기고 쉬쉬하다 대형 사건으로 번진 경우도 흔하다. 단적인 예가 '폭스바겐 파동'이다.


2000년대 초, 독일 카셀의 폭스바겐 공장에 근무하던 슈펭글러 씨는 조직 내 공금 유용과 착복 등 비위를 알게 된 후 직속 상사와 감사담당관, 경영진 등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몇 해가 지나도록 회사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슈펭글러는 주주들과 감독이사회에도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그가 받은 답변은 해고통지였다.


이후 슈펭글러는 오랜 시간 법정 투쟁을 이어가야 했다. 그리고 수년 후 검찰 수사로 슈펭글러가 고발한 부패문제가 사실로 드러났다. 하지만 최고경영진은 사건에 연루된 의혹이 있음에도 각종 이유를 들이대 처벌을 피하는 등 부정행위를 눈 감는 관행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 같은 기업문화는 2015년 배기가스 조작 사건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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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내부의 부조리를 알아채고, 이를 사회에 폭로하는 내부고발자로서 고영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그 역시 최순실의 측근으로 권력의 부역자 노릇을 한 게 아니냐는 비난여론이 공존할만큼 다층적인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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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당장의 피해를 우려해 내부고발자를 색출ㆍ처벌하는 것보다, 내부고발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조직 발전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다만 내부고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법적ㆍ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수라고 경험자들은 강조한다.


2009년 군납비리를 폭로했던 김영수 전 해군 소령은 "내부고발이 필요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여러 현실적인 문제에 막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면서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내부고발을 불편해하는 기득권층들"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령은 "결국 문제는 내부고발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각종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인데, 내부고발 창구를 일원화해 공익신고지원센터를 만들고 그와 관련한 법령도 재정비해야 한다"며 "또 내부고발자들이 조직에서 도태될 경우를 대비해 재교육 및 일자리 알선 등을 해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도 "우리나라 내부고발의 가장 큰 문제점이 제보자 신원이 빈번하게 노출된다는 점"이라며 "공익신고자보호법을 강화하고, 잘못을 저지른 조직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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