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1 (금)

"폼페이오 교체 요구=모욕" 뿔난 美 전직관리들…국무부는 신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the300]국무부 “여전히 북한과 건설적 협상할 준비돼 있다”...볼턴 "트럼프, 김정은에 김일성 생일 축하"

머니투데이

【워싱턴=AP/뉴시스】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쿠바 억류 자산을 운용하는 외국 회사들에 대한 미국 소송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2019.04.18.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이 북미 고위급 협상 대표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교체를 요구한 것과 관련, 과거 북핵 협상에 깊숙이 참여했던 미국의 전직 고위관리들은 ‘용인할 수 없는 외교적 결례’라고 지적하며 향후 협상 재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18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협상 상대국이 누구를 수석 협상가로 하라고 지시할 수는 없다”며 “정말 모욕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이 관련 발언을 반드시 취소해야 하는데 한 번 내뱉은 말을 그렇게 하기 어려운 만큼, 조만간 양국이 외교를 재개하는데 있어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폼페이오 장관 교체요구는) 북한이 행동해야 하는 방식이 아니다”며 미국 대통령과 최초로 대화를 나눈 북한이 미 국무장관에 대해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는 전직 관리들의 반응과 달리, 별다른 대응 없이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북한과 협상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시하며 맞대응을 자제한 것이다.

AFP통신은 18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대변인을 인용해 “국무부가 북한의 폼페이오 장관의 협상 배제를 요구와 관련해 ‘미국은 여전히 북한과 건설적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국무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군사행보와 폼페이오 장관 교체요구 등 북한이 잇따라 압박카드를 내놓고 있지만, 이는 협상전략의 일환으로서 판 자체를 깨는 행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전직 관리들도 북한의 최근 동향에 대해 ‘레드라인(금지선)’은 넘지 않으면서 대미(對美)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는 “김 위원장은 핵·미사일 실험 재개가 일종의 금지선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호를 잘 알고 있다”며 “이번 전술무기 시험은 이 선을 넘지 않고 연말까지 인내심을 갖겠다고 언급한 김 위원장의 발언과 일맥상통 한다”고 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미사일 실험 등 심각한 도발에 나서는 대신 재래식 무기를 실험한 것은 선을 넘지 않으면서 미국의 관심을 불러오는 김 위원장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북한의 이런 움직임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는 추가 증거가 필요하다’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과 맞물려, 북미간 간극을 더욱 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볼턴 보좌관은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에 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을 했다는 진정한 징후"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전략적 결정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와 그밖의 고농축 우라늄 시설 공개 등을 의미하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볼턴 보좌관의 요구는 협상에 불가능한 장벽을 친 것이다. 북미간 틈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볼턴 보좌관은 같은 날 미 PBS방송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에 축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공개했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사진을 보내고 편지를 보낸다"며 김일성 전 주석의 생일 축하를 언급했다. 빅딜을 압박하면서도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태범 기자 bum_t@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