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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文, '레닌 동상' 철거한 우즈베크에 경제인 대거 대동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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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의 두번째 방문국인 우즈베키스탄에서 공식 국빈방문 일정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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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문 대통령, 우즈베키스탄 도착/ 우즈베키스탄을 국빈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현지시간) 탸슈겐트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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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과의 정상회담은 2017년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국빈방한 이후 1년 5개월만이다. 또 한국 대통령의 우즈베크 국빈방문은 2014년 6월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5년만이다.

2박3일간의 투르크메니스탄 방문 일정을 마친 문 대통령은 18일 오후 우즈베크의 수도 타슈켄트에 도착한 직후 ‘타슈켄트 인하대’부터 방문했다. 타슈켄트 인하대는 2014년 우즈베크 정부와 인하대의 설립 협정을 체결해 그해 10월에 개교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은 국립의료 복합단지 마스터플랜 수립, 국립아동 병원 건립, 응급의료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보건의료 협력을 함께하고 있다”며 “지난달에는 우즈베크 보건부 차관에 한국 전직 보건전문 관료가 임명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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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을 국빈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현지시간) 타슈겐트 인하유니버시티 인 타슈겐트 스마트 헬스케어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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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언급한 인물은 이동욱 우즈베크 보건부 차관이다. 그는 한국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 출신이다. 우즈베크 정부는 이에 앞서 2012년에도 한국의 전자정부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면서 김남석 전 행정안전부 1차관을 자국의 정보통신기술개발부 차관으로 임명했다. 타슈켄트 정보통신기술대학 부총장에는 이철수 전 정보화진흥원장을 앉혔다. 외국의 공무원을 수입해 쓸 정도로 경제개발에 적극적이다.

문 대통령의 이번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중 유독 우즈베크에 대규모 한국 경제사절단이 동행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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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 중심부에 위치한 독립광장. 과거 레닌의 동상이 서 있던 곳에는 현재 2005년 12월 건립된 '행복한 어머니상'과 1992년 건립한 지구본 모양의 독립기념비가 서 있다. 우즈베크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독립광장의 경비를 강화해 19일 일반인의 광장 출입을 통제했다. 우즈베키스탄=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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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우즈베크 독립광장 앞에서 만난 한 현지인은 “우즈베크의 개방성은 독립기념탑에도 드러난다”며 “독립 직후 레닌의 동상부터 허물고 지구본 모양의 독립기념비를 세운 것도 다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오늘 관련 시험에 합격해 내년부터는 한국에 가서 일하게 됐다”며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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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독립광장내에 있는 독립기념비. 구 소련 체제 때는 이 자리에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알려진 레닌의 동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우즈베크는 독립과 함께 레닌의 동상을 철거하고 지구본 모양의 기념탑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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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타슈켄트 중심에 있는 독립광장은 구소련 체제에서 레닌광장 또는 붉은광장으로 불렸다고 한다. 광장 중간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알려졌던 레닌의 동상이 있었다. 현재 그 자리에는 레닌 동상이 철거되고 우즈베크의 국경이 표기된 금빛 지구본 모양의 독립기념비와 행복한 어머니상이 세워졌다.

문 대통령의 첫 순방국이었던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에 아직 레닌 동상이 남아 있는 것과는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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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크메니스탄 수도인 아시가바트에 남아 있는 레닌의 동상. 투르크멘=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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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소련 공산당 정치국원 출신이던 카리모프 초대 대통령이 2016년 뇌출혈로 급사하며 25년간의 장기집권이 끝난 뒤 본격화됐다.

2016년 12월 취임한 현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우즈벡의 봄’으로 불리는 개혁ㆍ개방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우즈베크 대통령으로는 16년만에 처음으로 미국을 공식 방문해 48억 달러 규모의 경제협력 프로젝트에 합의하기도 했다. 미국은 그해 12월 우즈베크를 특정우려국(종교적 자유 침해국)에서 제외했다.

우즈베크는 이에 앞선 2017년 외환 자유화와 환율 단일화를 내용으로 하는 외환제도 개혁을 단행했다. 여전히 수출ㆍ수입의 상당부분을 중국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지만, 한국은 우즈베크의 3위 수입국으로 성장했다. 수입 증가율은 2017년 43.2%, 2018년 64.4%로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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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16년만에 처음으로 미국의 초청에 따라 방미한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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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순방에 동행한 한 기업 관계자는 “2004년 순방때와는 우즈베크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2017년 외환개혁과 2018년 한국기업에 대한 비자 면제 등으로 투자 환경도 이미 상당히 좋아졌기 때문에 투자 수요가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개혁을 통한 우즈베크 모델은 북한의 개방을 추진하는 데도 참고할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19일 공식환영식에 이어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이 자리에서 경제협력을 비롯해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평화ㆍ번영 관련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날 오후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우즈베크 의회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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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1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건배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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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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