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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침략배상' 한일관계 데자뷔?…그리스-독일 배상금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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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그리스 의회 2차대전 배상금 청구 결의…獨 "1960년 배상 문제 일단락"]

머니투데이

【브뤼셀=AP/뉴시스】지난해 12월 1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 만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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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로 한일관계가 악화한 가운데 유럽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에 점령당했던 그리스가 독일에 추가 배상을 요구했지만, 독일이 약 60년 전 협의로 더 이상의 배상 의무는 없다고 맞서면서 양국 사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릭리포터 등 그리스 언론은 17일(현지시간) 그리스 의회가 이날 그리스 정부가 독일에 2차 세계대전 배상금을 청구하도록 요구하는 결의를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우리에게는 역사적, 윤리적 책임이 있다"면서 의회 결의에 따라 독일 정부에 배상금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의에 그리스 정부가 청구할 구체적인 금액이 담기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리스 의회특별위원회가 3년 전 내놓은 보고서는 나치 독일의 시민 탄압과 사회간접시설 파괴, 군사비 부담 강요 등으로 2700억유로(약 345조) 손해를 입었다고 추산했다.

그리스에서 독일에 추가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은 2010년쯤부터다. 당시 경제 위기를 겪던 그리스는 독일로부터 부채상환 압박을 받자 "독일이 우리에게 진 빚은 더 크다"며 역공을 가했다. 과거 총을 앞세웠던 독일이 이번에는 금융기관을 앞세워 그리스를 침략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도 커졌다.

그러나 치프라스 총리는 그리스 경제 위기와 독일에 대한 배상금 청구는 상관이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날 의회 연설에서도 "나치의 절대 악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면서 "학살과 흉악함, 심지어 피 한 방울도 구제금융과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구제금융 체제가 공식적으로 끝남에 따라 독일에 추가 배상을 요구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독일 정부는 그리스에 대한 배상 문제는 서독 시절이던 1960년 1억1500만마르크를 지급하면서 일단락됐다고 주장한다. 당시 그리스 정부가 돈을 받았으니 독일이 추가로 져야 할 법률상 의무는 이제 남지 않았다는 태도다. 슈테판 시버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이날 "우리의 역사적 책임에 대해 알고 있기를 바란다"면서도 "그리스에 대한 배상 문제는 법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완전히 마무리됐다"고 했다.

이번 일에 올해 가을 총선을 앞둔 그리스 정치권이 독일에 대한 국민감정을 부추기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 소속의 치프라스 총리는 그동안 독일에 추가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유희석 기자 hees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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