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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목멱칼럼]모처럼 살아난 '벤처창업 불씨' 살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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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홍 벤처스타트업위원회 위원장·베이글랩스 대표이사]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과 같은 ‘테크’(Tech·기술) 기반의 벤처·스타트업(초기창업기업)이 미국의 경제를 주도
이데일리

박수홍 벤처스타트업위원회 위원장.


하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넷플릭스까지 포함해 이들을 ‘팡(FANG, 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이라는 언어로 통칭해 부르고 있다. 이들은 기존 대기업의 제품보다 밀접하게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이들의 제품을 하루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우리 생활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 심지어 미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소비자들까지 점령할 기세다. 불과 창업한 지 15~20년 된 이 회사들은 어떻게 이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해외 벤처·스타트업의 주요 투자 동향을 볼 수 있는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들이 인수합병(M&A)한 회사는 페이스북이 77개, 아마존은 82개, 구글은 233개에 육박한다. 1969년에 설립된 삼성전자(35건)와 비교해 매해 건수로 보았을 때 압도적이다. 더 놀라운 것은 페이스북은 2004년에 설립돼 2009년까지만 해도 변변치 않은 수익 모델로 소위 말하는 ‘데스밸리’에서 고생하고 있었다. 2000년대의 아마존은 수익을 만들어내지 못하며 사업을 계속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불만에 시달려야 했다.

우리나라의 M&A 현황은 어떨까. 한국의 2018년 벤처·스타트업의 회수 시장은 아직 기업공개(IPO)와 관련된 비율이 대부분으로, 이중 M&A를 통한 회수는 2.5%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창업 후 IPO까지는 평균 13~15년 정도가 소요되며, 이 또한 투자자들이 회수에 대한 기회가 묘연하기 때문에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된다.

필자는 단도직입적으로 정부가 모태펀드 확대, 민간참여 확대 등 투자 부분 활성화보다는 회수 시장에 더욱 집중해야 모처럼 살아난 벤처창업의 불씨를 우리 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해외와 같이 M&A 활성화를 통한 조기 회수 기회 확보 및 연쇄 창업에 대한 기회는 창업가와 투자자에 시장의 기회에 대한 시그널을 즉각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과연 어떠한 M&A가 필요할까. 필자는 크게 2가지의 경우를 생각해 보았다. △초기 벤처·스타트업 간의 M&A △벤처·스타트업과 중견기업 및 대기업 간의 M&A가 그것이다. 실제로 현재 벤처·스타트업 간에도 유사 아이디어와 아이템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가는 경우가 있으며 유사한 산업이지만 상호간의 부족한 기술 부분을 확충하기 위해 전략적인 M&A를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과정을 거쳐 초기 벤처·스타트업 회사들은 시장에서의 체력을 키울 수 있으며, 합병된 회사는 해외 진출 시 더욱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때로는 중견기업 및 대기업이 M&A를 할 수 있는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도 있다. 아울러 신산업 진출과 변화를 물색하는 중견기업 및 대기업의 자본력 및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시장이 검증되고 유저 수가 어느 정도 확보된 벤처·스타트업의 M&A는 상호 간의 시너지 효과가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5000만의 작은 내수 시장을 가지고 있기에, 지금의 국가 경제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반도체·조선·자동차·화학 등과 같이 다음 세대를 위한 신산업 및 서비스 육성이 시급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각 회사의 단계별 역량과 역할이 모두 상이하므로 정부가 이를 국가 전략적 육성사업에 맞춰 구조화시켜 산업 분야별 정보 교류가 원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기술·서비스적으로 저마다 부족한 부분을 알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M&A에 대한 수요를 촉발시킬 수 있다. 추가로 법인세 지원 혜택과 M&A 펀드 확대는 시장의 촉매제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난달 7일 발표된 제2 벤처 붐 확산에 대한 정부의 기조는 벤처·스타트업계에 희소식이다. 향후 정부는 단순 일회성 벤처 정책 발표가 아닌 장기적인 로드맵 하에 각 산업의 영역·단계별로 세련된 세부정책이 나올 수 있도록 지속해서 업계의 목소리를 듣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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