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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돌쟁이도 사교육 하는 시대… "불안에 균열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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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희 기자]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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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기도 용인시 상현동에서 영유아 사교육에 깊은 고민을 가진 학부모 3인을 만났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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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평소에 아이를 기르면서 '이렇게 하고 싶다’ 하는 육아 또는 교육철학이 있으시죠?

권다은 "현실 육아에선 '쿨’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일 수 없더라고요. (일동 웃음) 7년 만에 인공수정으로 낳은 귀한 아이여서 그런 것도 있고요. 지금까지 육아를 뒤돌아보면, 성격 상 여기저기 흔들리면서 왔어요. 이 책 보면 이게 맞는 거 같고, 저 책 보면 저게 맞는 거 같고. 세상에서 말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저는 알잖아요. 본인은 뭘 좋아하는지 알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 쪽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싶지, 좋은 대학을 가라고 하고 싶진 않아요."

양신영 "'아이를 키울 때 영향을 미치는 게 뭘까’를 생각해보면 제 성장과정을 투영하는 거 같아요. 97년 전후에 서초동에 살았는데, 친구들은 목표하는 대학이 있었고 특목고 준비를 했어요. 엄마들은 헬리콥터맘이 돼 일정을 관리해주고요. 저는 20대를 임용고시에 쏟아부었어요. 준비 5년 째 됐을 때 자살 위험군까지 갔고, 시험을 내려놨죠.

학교 친구들을 지금 만나면 저를 신기하게 봐요. 그 친구들은 자녀들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성공기준에 맞춰 자랐으면 해요. 저는 그 경계에서 늘 흔들리면서 다 잡아가고,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있어요."

홍보라 "요즘 제 육아철학은 '너는 너, 나는 나’예요. 저는 제 인생을 고민하고, 아이에게도 본인 인생을 살게 해요. 제가 살아봐야 아이 고민을 도와줄 수 있을 거 같거든요."

Q. 육아를 하면서 사교육에 대한 고민이 하나 둘 생기시잖아요.

홍보라 "집에만 있으면 괜찮은데, 밖은 전쟁터죠. 문 열면 총알이 날아오는 기분이에요. 사교육을 안 해왔던 양육자들은 아이가 중·고등학교에 가도 안 시킬 수 있어요. 4살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곁에서 누가 잡아줄 사람이 없죠. 아이가 한 살 한 살 먹을 때마다 가치관과 타협하는 게 쉽지 않아요."

권다은 "언젠가 아이 때문에 대치동에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요. 저는 중학교 때부터 맞으면서 공부를 한 기억이 있고, 특목고도 다녔거든요. 임신했을 땐 '우리 애는 꼴등해도 돼’라고 생각했지만, 낳아놓고 보니까 막상 꼴등했다고 하면 슬플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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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라 씨는 "첫째 때는 '엄마표 교육'으로 완벽하게 키웠지만 둘째부터는 잘 안됐다"며 "엄마가 아이와의 놀이를 숙제처럼 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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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책자는 육아에 대한 잘못된 생각 12가지를 제시하고 이를 하나하나 팩트체크하고 있습니다. 12가지 중 인상 깊었던 항목이 있었다면 하나씩 꼽아주세요.

홍보라 "'2번, 3세 이전에 사람의 뇌 80%가 완성된다면서요?’ 육아책은 '만3세’를 많이 강조해요. 말 하나하나가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대요. 아이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죄책감이 들기도 해요. 아이 3, 4살 때는 애착을 잘 만들어주려고 항상 데리고 다녔어요. 아침에 '아, 오늘은 뭐하고 놀아줘야 하지’하며 눈을 떴죠. 아이는 더 잤으면 싶고.

데리고 있으면서 협박하고 소리 지르는 일이 더 많아지더라고요. 애가 주눅 들고 눈치 보게 되고 더 분리가 안됐어요. 놀이도 부모가 숙제처럼 하면 효과가 없어요."

권다은 "'5번, 독서교육의 골든타임은 영유아기라고 하던데요?’ 어떤 부모는 1000권 읽히기가 목표라고도 해요. 책이 아무리 많아도 아이들은 좋아하는 책만 읽어요. 전집을 샀는데 아이가 한 권만 보면 약간 화가 나기도 해요. (일동 웃음)

전문가는 독서에 '분위기와 감정이 더 중요하다’고 해요. 학교 다닐 때 독서를 강요받아서 중학교 때부터는 책을 잘 안 읽게 됐어요. 그게 한스럽기도 하죠. 아이는 행복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양신영 "'6번, 요즘 확산되는 놀이교육은 일반적인 교육에 비해 부작용이 덜하다던데요?’ 부모들은 학습을 의도한 놀이를 종종 해요. 이 경우에 목적 없는 놀이를 한 아이들과 비교해 자아탄력성에 차이가 난다고 해요. 부모 의도를 파악한다는 게 신기했어요.

아이와 관계를 쌓기 위해 놀이를 한다면 어떨까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도 체육선생님을 모셔다 짧게 노는 게 아니라 하루종일 놀게 했으면 좋겠어요. 선진국처럼 마음껏 뛰놀고 상상할 수 있게 교육도 바뀌었으면 해요."

Q. 지금도 많은 분들이 사교육을 고려하고 계십니다. 양육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으신가요?

홍보라 "온라인에서 유명하다는 '엄마표 영어’를 충실하게 따랐어요. 한 아이 할 땐 잘 됐는데, 둘이 되니까 잘 안 돼요. 그래서 한 아이만 키워본 '엄마표 교육’ 강사는 잘 안 믿게 돼더라고요. (일동 웃음) 둘째가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해서 입원을 반복했어요. 때문에 교육보다 건강이 더 큰 목표가 됐죠."

양신영 "불안에 균열을 내는 역할을 소책자가 한다고 봐요. 소책자 '안심해요, 육아!’를 읽고 '통념’ 같이 받아들여졌던 내용이 옳지 않다는 걸 알게 됐으면 해요. 지난달에 초등학교 1학년에게 알림장 쓰기를 시킨다며 교육부에 공문을 보낸 부모님이 계셨어요. 잘못된 점이 무엇인지 알게 되니까 시정조치도 할 수 있게 되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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