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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나치 전범 처단한 뉘른베르크 재판의 주인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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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샌즈 논픽션 '인간의 정의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저명한 국제인권변호사인 필립 샌즈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수는 2010년 우크라이나 리비우대학으로부터 한 통의 초청장을 받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전범들을 처벌한 국제군사재판인 뉘른베르크 재판에 대한 연구 등을 강의해달라는 초대였다.

예상치 못한 초청이었지만 샌즈 교수는 곧바로 응했다.

초대를 받아들인 이유 중 하나는 리비우라는 도시와의 인연 때문이었다.

폴란드 남동부와 우크라이나 북서부에 걸쳐 있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수차례 주인이 바뀐 리비우는 샌즈 교수의 외할아버지 레온 부흐홀츠의 고향이다.

리비우는 국제법에서 중요한 전쟁 범죄 개념인 '제노사이드(대량 학살)'와 '인도(人道)에 반하는 죄'와도 관련이 깊은 지역이다.

두 개념을 만든 법률가 라파엘 렘킨과 국제법 교수 허쉬 라우터파하트 교수가 리비우 출신이었다.

필립 샌즈의 '인간의 정의는 어떻게 탄생했는가'(더봄 펴냄)는 저자가 자신의 가슴 아픈 가족사의 비밀, 리비우대학의 두 법학도가 훗날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전범들을 처단하기 위해 투쟁하는 과정을 그린 논픽션이다.

2016년 영국의 권위 있는 논픽션상인 밸리 기포드상을 받았고 아마존 등 주요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이다.

홀로코스트 피해자인 저자의 외할아버지 레온,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전범들을 단죄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법학자 라우터파하트와 렘킨, 그리고 히틀러의 개인변호사이자 나치 독일의 폴란드 총독을 지낸 한스 프랑크가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이다.

한스 프랑크는 폴란드에서 유대인 학살 명령을 내린 장본인으로,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교수형을 받았다.

저자의 외할아버지 일가, 두 법학자 일가는 한스 프랑크의 명령에 일가가 몰살됐다.

이 작품은 저자의 가족 이야기와 국제정치사, 법정드라마를 이야기를 하나로 짜임새 있게 엮어낸다.

필립 샌즈는 브리티시 북어워드 논픽션상을 받으면서 이 책을 '2중의 탐정소설'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나치 만행으로 인한 수많은 이들의 고통, 전범을 단죄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은 아직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우리 현실에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일본군 위안부 성범죄 등 숱한 반인륜 범죄를 저지르고도 제국주의 일본 지도자 누구도 '인도에 반하는 죄'로 처벌받지 않았다.

옮긴이 정철승 변호사는 "도쿄 국제군사재판에 기소된 일본 전범들은 모두 침략전쟁에 관한 범죄에 대해서만 처벌받았는데, 이는 독일 나치 지도자들이 소수민족 학살 등에 대해서도 '인도에 반하는 죄'가 인정돼 함께 처벌된 사실과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법상 범죄는 소멸시효가 없다"며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저질러졌던 여러 국가폭력 역시 '인도에 반하는 죄' 관점에서 반드시 그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단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철승·황문주 옮김. 632쪽. 2만8천원.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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