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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기고]더욱 과감한 재정확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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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원장]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 수출회복 지원 등을 담아 6조원 안팎의 추경안을 준비한다고 한다. 추경 규모와 내용 면에서 더욱 과감한 발상이 필요하다.

투자 부진의 심화, 민간소비 증가세의 둔화, 수출 감소폭 확대 등 한국경제 흐름이 좋지 않다. 글로벌 경제 전망도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주요 경제가 모두 경기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적신호다.

머니투데이

KDI국제정책대학원 원장 유종일


우리 정부는 전통적으로 재정운용이 보수적인 편이다. 경기가 좋지 않았던 작년에도 통합재정수지는 31조2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흑자를 기록했다. 정부가 민간에게 푼 것보다 더 많은 돈을 거두어감으로써 민간 돈을 그만큼 빨아들인 것이다. 정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의 흑자를 뺀 관리재정수지를 기준으로 삼아 작년에 재정이 10조6000억원 적자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총수요에 대한 영향을 보려면 국제기준에 따른 통합재정수지도 고려해야 한다. 국민연금에 돈이 쌓인 만큼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늘리는 국민보다, 당장 내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갔으니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국민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흐름이 급격히 악화하는 금년에도 정부는 소극적이다. IMF의 노골적인 권고가 나온 후에야 추경을 준비하고, 그 규모도 IMF 권고에 훨씬 못 미친다. IMF는 9조원 추경을 해도 한국경제가 겨우 2.6%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고용사정 실질적 개선을 위해 잠재성장률을 조금 상회하는 경제성장이 필요하다고 볼 때, 오히려 IMF 권고를 뛰어넘는 재정확대가 바람직하다.

재정건전성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단기적 재정균형이 아니라 누적적자에 의한 중장기적 국가채무를 관리해야 하며, 경기변동에는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이자율이 성장률이 보다 낮은 한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 증가 없이 적자재정을 편성할 여지가 생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국가채무 비율이 2017년 말 기준 42.5%로서 OECD 평균 110.7% 반도 안 되는 매우 양호한 수준이며, 이미 낮은 이자율과 물가상승률이 더 낮아지고 있는 추세여서 국채발행에 별 부담이 없다.

흔히 나라 빚이 늘면 후대에 부담을 준다면서 재정적자를 반대하지만, 이는 정부 채무가 곧 민간 채권이라는 점에서 순진한 착각에 불과하다. 진정 미래세대를 생각한다면 미래재앙에 대한 대비와 미래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를 촉진해야 하며, 이를 위해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후대 부담 운운하면서 기후변화나 인구절벽 등 미래재앙을 대비하기 위한 정책에 소극적인 것은 이율배반이다.

역사적으로 재정확대는 단기적인 경기부양에 매우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장기적인 효과는 재정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쓰고 나면 남는 게 없는 낭비성 사업, 눈앞의 성과만을 노리는 전시성 사업이 아니라 삶의 질과 미래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주춧돌을 놓는 사업, 즉 사회적 효용과 경제적 수익이 충분한 사업에 돈을 써야 한다. 또한 토목보다는 건축, 제품보다는 서비스를 구매하는 등 가급적 고용창출 효과가 큰 사업을 우선해야 한다. 청년인턴, 노인일자리 사업 등 수혜자 숫자만 늘리는 사업보다는 좋은 일자리, 미래형 전문직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사업을 해야 한다.

재정 사업이 민간에서 자라나는 싹을 죽이거나 시장을 왜곡하지 않고 최대한 민간 활력을 증진하고 시장기능을 활성화하도록 사업을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조달이나 바우처제도 등을 활용한 시장형성 및 창업 촉진, 각종 인센티브 제공을 통한 기업과 사회적 경제 부문의 참여 유도, 민관협력 방식 사업추진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원장]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세계경제발전연구소 연구원

*대통령직속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위원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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