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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청년 일자리·어르신 복지… 일시적 돌봄 아닌 희망 사다리 놓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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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 "99℃물 끓게 하는 1℃처럼 세심한 노력이 행정 성패 좌우"

조선일보

/고운호 기자


조은희(58·사진·자유한국당) 서울 서초구청장은 요즘 '캔디 구청장'으로 불린다. 원희룡(무소속) 제주지사가 최근 유튜브 동영상에서 비(非)여당 자치단체장이라는 동병상련을 토로하며 조 구청장을 '들장미 소녀 캔디'에 빗댔기 때문이다. 동영상에서는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라는 주제가도 흘러나왔다. 최근 본지와 만난 조 구청장은 "유일한 야당 구청장이라는 상황에서도 소신 행정을 펼치려 애쓰는 제 모습과 비슷한 면이 있더라"고 말했다.

조 구청장은 최근 "투사 같다"는 말도 들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수차례 각을 세우며 '야당 구청장 홀대론'을 집중적으로 제기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서초구는 시청과 구청 간 공무원 인사 교류 문제, 재건축될 구청 청사에 임대 주택을 들이는 문제 등 각종 현안에서 이견을 드러냈다. 조 구청장은 박 시장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제로페이에 대해 "시청이 세금을 동원해 민간 결제 서비스와 경쟁하겠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구도"라며 "공급자가 아닌 사용자 중심으로 변화하는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박 시장께서 도입한 정책 중에는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심야 올빼미 버스처럼 서울 시민을 아우르는 훌륭한 사례가 많다"며 "그런데 최근 들어 주택·교육 등 서울시의 여러 정책이 강남과 비강남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조 구청장은 "서초구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청년 일자리와 어르신들의 노후 문제가 당면 과제"라고 했다. 조 구청장은 어르신 복지와 청년 일자리 문제 등을 총괄하는 부서의 이름을 '밝은 미래국'이라고 이름붙였다. 일시적인 돌봄에 그치지 않고 미래로 가는 희망의 사다리를 놓자는 취지를 담았다. 형편이 어려운 지역 어린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는 '아이 캔 프로젝트', 예체능 전공생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서초 청사진 프로젝트', 어르신들이 정보화에 뒤처지지 않도록 휴대폰과 소셜미디어 사용법을 알려주는 '스마트 시니어 사업', 중장년 실직자의 재기를 돕는 '세컨 찬스 사업' 등을 미래국에서 추진한다.

이처럼 다양한 사업을 잇달아 추진하면서 조 구청장이 강조하는 것은 '1℃ 행정의 힘'이다. 99℃까지 올라온 물을 팔팔 끓게 하는 마지막 1℃처럼 세심한 노력이 행정의 성패를 가른다는 것이다. 서초구에서 본격 추진해 전국적으로 확대된 여름철 그늘막은 1℃ 행정이 성공한 대표 사례다. 2017년 5월 '서리풀(서초의 순우리말) 원두막'이라는 이름으로 서초구 곳곳에 등장한 그늘막은 후속 버전이 뒤따랐다. 겨울철 추위를 피할 '서리풀 이글루'가 추가됐고, 최악의 미세 먼지가 닥친 올봄에는 이글루가 공기청정기를 갖춘 '미세 먼지 대피소'로 바뀌었다. 설치 지점도 173곳에서 243곳으로 확대됐다. 조 구청장은 "주민을 가장 가까이서 보호하는 건 기초 단체의 몫이라는 점을 항상 되새기며 서초구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크고 작은 변화를 앞두고 있다. 오는 22일 서초동과 방배동을 잇는 서리풀터널이 개통돼 교통 여건이 크게 개선된다. 반포주공 1단지를 비롯해 30~40년 된 아파트들도 재건축을 앞두고 있다. 숙원이었던 구립 공연장도 갖게 됐다. 반포 경남 아파트 재건축 부지에 기부채납으로 들어서게 될 1000석 규모의 '서리풀 아트스퀘어'다. 예술의전당과는 3㎞쯤 떨어져 있다. 조 구청장은 "서초구를 대표하는 공연장이라는 특색을 살려가면서 예술의전당과 선의의 경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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