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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세종洑 연 뒤 흰수마자 발견? 강이 도랑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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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순 교수 "개천에 사는 물고기, 금강 수량 줄어들자 나타나… 정부의 생태계 회복 발표는 잘못"

정부 "흰수마자, 과거 금강에 서식… 洑 건설 전으로 좋아진 것" 반박

조선일보

/국토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민물고기인 '흰수마자'〈사진〉가 난데없는 논란에 휘말렸다. 정부가 최근 금강에서 이 물고기가 발견된 사실을 발표하며 "강의 자연성이 회복된 증거"라고 했는데, 일각에서는 "강 생태계를 잘 모르는 자화자찬"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환경부 소속 4대강 자연성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과 국립생태원은 지난 17일 금강 세종보 하류에서 흰수마자의 서식을 최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해 초부터 세종보의 문을 상시 개방하고 생태계 변화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국립생태원 연구진이 지난 4일 담수어류 조사 중 세종보 하류에서 흰수마자 한 마리를 처음 발견했고, 다음 날인 5일에는 '4대강 보 개방에 따른 수생태계 변화 조사'를 수행하는 장민호 공주대 교수 연구진이 추가로 이곳 일대에서 흰수마자 4마리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 같은 사실을 발표하면서 "흰수마자는 모래가 쌓인 여울에 사는 잉엇과 어류로 우리나라 고유종"이라며 "그간 4대강 사업과 내성천의 영주댐 건설 등으로 강의 모래층 노출 지역이 사라지면서 개체 수와 분포 지역이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강 수계에서는 2000년대까지 금강 본류 대전에서 부여까지 흰수마자가 폭넓게 분포했으나, 보 완공 시점인 2012년 이후에는 본류에서 흰수마자의 출현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보 개방 후 자연성이 회복되면서 멸종위기 물고기가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립환경과학원장을 지낸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18일 이와 상반되는 의견을 밝혔다. 박 교수는 "흰수마자는 유속이 빠르고 수심이 얕은 개천에 사는 어류여서 금강처럼 큰 강에는 서식하지 않는 게 정상"이라며 "수문 개방으로 금강 본류 수량이 줄어들자 없던 물고기가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이전에도 보를 개방한 구간에 '야생생물이 돌아왔다'고 홍보했었다. 지난해 2월 발표한 '4대강 11개 보 개방 관측 종합 분석 결과'에서는 보 개방 후 모래톱이 확대되면서 맹꽁이, 삵, 수달 등이 돌아왔다고 했다. 한강 이포보에는 보 개방 이후 백로류가 11배 증가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모래톱이 많은 곳에 사는 생물이 발견됐다는 것은 4대강이 '강'이 아닌 '도랑'이나 '개천'이 됐다는 의미"라며 "큰 강에 수량이 부족하게 만들어 놓고 '자연성이 회복됐다'고 하는 게 맞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환경부는 반박문을 내고 "1980년대부터 금강 본류에서 흰수마자가 서식했다"며 "세종보 개방 이후 흰수마자 서식을 확인한 것은 금강 본류의 서식처 환경이 보 건설 이전 환경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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