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9 (일)

[백브리핑] 기재부 청년 간담회, 속터놓고 말하자더니 왜 비공개로 하나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번 간담회는 비(非)공개 행사예요. 저희 행사는 취재할 수 없습니다."

지난 17일 오후 7시 서울 양천구의 청년 활동공간인 '무중력지대'.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청년이 청년에게'란 이름의 간담회장에서 젊은 공무원이 연신 "취재는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회담장 안에는 기재부와 고용노동부·교육부 등 6개 부처의 젊은 공무원 16명과 학생·재직자·구직자·벤처 창업자 등 34세 이하 청년 26명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습니다. 대부분 면바지에 티셔츠 차림의 캐주얼한 복장으로 삼삼오오 단출한 다과상을 앞에 두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통상 정부 간담회엔 중년의 양복 차림들이 잔뜩 모이기 마련인데, 젊은 사무관과 청년들이 반팔 차림에 열심히 행사 준비하는 모습이 신선했습니다. "또래끼리 속 시원히 터놓고 말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42명의 젊은이가 2시간을 꽉 채워 토론한 내용은, 나중에 배포된 보도자료에 딱 11줄짜리 멘트로만 공개됐습니다. 그나마도 "고졸 취업생도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성공할 수 있게 지원해달라" 등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평이한 내용들이었습니다. 기재부 측은 "기자들이 취재하면 젊은 사무관들이 긴장할 수 있고, 청년들의 돌발 발언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았다"며 보도자료까지 뿌리며 홍보한 행사를 '비공개'로 진행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번 간담회는 이례적인 청년끼리의 소통으로 평가받을 만했지만, 국민들에겐 속모습을 보이지 않은 반쪽짜리 행사에 그쳤습니다. 고용부가 2015년 청년 일자리 문제 얘기하는 '청년 일자리 타운홀 미팅' 때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까지 한 것과 대비됐습니다. 젊은 사무관과 청년들이 대화를 한다면 42명만 모이는 데서 끝내지 말고, 페이스북 라이브에 댓글까지 달게 하고 언론에도 당당히 공개해 수천, 수만명 청년 의견을 듣는 게 어땠을까요. 취준생 청년들에 대한 걱정보다 우리 정부를 이끌 청년 공무원들의 깬 시각이 더 절실해 보였습니다.





김성모 기자(sungmo@chosun.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