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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사설] `이웃집 괴물`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진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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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42세 안 모씨가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계단으로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치는 참극이 발생했다. 희생자들은 12세 여자 초등학생과 19세 고3 여학생, 60대 여성 등 대부분 힘없는 노약자들이었다. 특히 고3 여학생은 1급 시각장애인으로 안씨로부터 위협을 받아 한 달 전 집 앞에 폐쇄회로TV까지 설치했을 정도다. '이웃'에서 '괴물'로 돌변한 안씨의 치밀하고 계획된 칼부림에 주민들이 25분간 공포에 떨면서 끔찍한 봉변을 당했다고 하니 정말 참담하고 안타깝다.

안씨는 2015년 이사온 뒤 욕설과 폭행으로 이웃에 행패를 부리고 승강기 등에 오물을 뿌려 주민들이 7차례나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안이 가볍다"며 대부분 현장에서 사건을 종결했다. 안씨는 조현병(편집형 정신분열증) 판정으로 보호관찰처분을 받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지만 경찰은 조현병 경력을 조사하지도 않았다. 동사무소도 안씨가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혼자 살았지만 '환자 관리대상'에서 빠져 병력을 몰랐다고 한다. 안씨에 대한 경찰과 지자체, 보건당국의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아쉽기만 하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많은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지난해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교수가 환자 흉기에 찔려 숨진 뒤 정부가 정신질환자 관리대책을 내놨지만 구멍이 여전하다. 중증정신질환자는 퇴원 후 지역정신건강센터 등록을 권고하고 있지만, 환자 본인과 보호자가 거부하면 도리가 없다. 일부 환자들의 범죄가 흉포화되는 상황에서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면 '등록 의무화' 등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게 옳다. 그래서 지자체와 보건소가 방문을 통해 환자를 관리하고 치료에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지자체와 보건당국, 경찰 간 유기적 협조로 환자정보를 공유하면서 반사회적 행동에 선제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으로 강제입원 조건이 엄격해진 상황에서 선진국처럼 입원 여부 판단을 법원에 맡기는 것도 좋겠다. 시민들도 불특정다수에 극단적 분노를 표출하는 범죄가 싹트지 않도록 평소 이웃과의 벽을 허물고 공동체정신을 키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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