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9 (금)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무죄 입증 책임 저에게 있다는 절박한 심정"…항소심 첫 재판 나온 안태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보복을 가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안태근 전 검찰국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죄 추정 원칙이 제게는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유죄 입증 책임이 검사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무죄를 입증해야 할 책임이 저에게 있다는 절박한 심정입니다.”

네이비색 양복을 입고 피고인석에 선 안태근 전 검찰국장은 20분가량 직접 ‘검찰 인사의 특수성’에 대해 변론했다. 안 전 국장은 후배 검사인 서지현 검사의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이성복 부장판사)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기소된 안 전 국장을 상대로 18일 오후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 수사는 ‘답정너 수사’…20분 작심 비판

안 전 국장은 검찰 수사를 작심하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 수사보고는 사실과 다르며 사실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왜곡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리 준비해 온 서류를 화상 스크린에 띄우고 검찰의 공소사실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은 안 전 국장이 2015년 8월 당시 인사담당자였던 신모 검사에게 서지현 검사의 인사 배치 사실을 보고받고, 서 검사의 인사발령지를 통영지청으로 변경하라고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안 전 국장은 인사 관련 문건이 만들어진 날짜와 시각을 일일이 따지며 물리적으로 보고와 지시가 불가능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검찰이 이렇게까지 문건 작성 시기를 왜곡한 것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가 지시했다는 걸 설명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당시 조사단이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 수사를 했다"고 비판했다. 안 전 국장은 검찰 수사보고서에 등장하는 당시 인사 담당 검사 등을 법정으로 불러 따져보자고도 요구했다.

검찰 측은 "안 전 검사의 주장은 이미 1심 판결에서 대부분 소명된 것이다"며 "새삼스레 법적 증거능력을 따지고 증인을 부르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무죄 추정 내겐 없었다" 호소하며 울먹이기도
안 전 국장은 발언 말미에 "긴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하다"며 "검찰은 2015년 8월 인사를 서지현 검사 한 사람 중심으로 분석하고 파악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심 재판부를 탓할 생각은 없다"면서 "1심에서 검사 인사에 대한 논의와 왜곡을 알기 쉽게 보여드리지 못한 제 탓이다"며 항소심에서 본격적으로 공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짧은 침묵 뒤 울먹이는 목소리로 안 전 국장은 "이 재판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제 삶을 흔드는 실체 없는 의혹에 맞서 지탱하는 유일한 희망이 이 재판이다"고 호소했다.

불구속 재판해달라…다음 기일에 현직 검사 증인 요청

재판부는 이날 안 전 국장이 신청한 보석 심문도 함께 진행했다. 안 전 국장 측은 "바로 어제 김경수 지사도 보석 허가가 났다"며 "형사소송법의 기본이면서 방어권의 뿌리인 불구속 재판을 항소심 재판부가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안 전 국장이 이미 검찰을 떠났기 때문에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도 없고, 이미 가족들까지 노출돼 도망가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도주 우려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높아 보인다”고 안 전 국장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검찰은 안 전 국장에게 보석이 허가되면 복역에 대한 두려움으로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하며 보석 신청을 기각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좀더 들은 뒤 안 전 국장에 대한 보석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재판부는 안 전 국장 측의 증인 신청 요청을 받아들여 다음 달 2일에는 현직 검사인 서모 검사와 손모 검사를 증인으로 법정에 부를 예정이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