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대표 아들 몰카 걸리자 '취미생활'이라고"

[연합뉴스]

집안 곳곳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자신의 집을 찾은 여성들을 불법 촬영한 30대가 최근 경찰에 적발된 가운데 몰카 피해를 당한 여성이 "지금도 악몽을 꾼다"고 토로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지난달 고소된 30대 이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고 17일 밝혔다.

국내 한 제약회사 대표이사의 아들인 이씨는 변기나 전등 등 자신의 집안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자신의 집을 방문한 여성들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 A씨는 JT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변기 옆에 못 보던 스위치 같은 게 있더라. 자세히 보니까 메모리 같은 거 꽂는 게 있고 녹화되는 것처럼 생긴 장치가 있더라"라고 밝혔다.

A씨는 "카메라를 발견하고 이씨에게 항의했지만, 이씨가 '몰카 찍는 게 자기 6년 동안 혼자 자취하면서 취미생활 같은 거라고. 자기 주변 사람들도 다 그런 거 찍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씨와 헤어진 뒤에도 A씨의 고통은 이어졌다. A씨는 "지우라고 해도 안 지우고. 너무 수치스럽고 진짜 유포되는 악몽을 너무 많이 꾼다. 하루에도 한 5번씩은 꾼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가 지난 10년 동안 이같은 범죄를 벌여왔다고 밝혔다. 이씨의 노트북과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한 결과 불법 영상과 사진이 수백개가 넘게 나왔으며 확인된 피해자만 30여명에 이른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혼자 보기 위해 이같은 일을 벌였으며 유포 목적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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