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 사진=김휘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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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 상표권, 우선매수권을 고리로 중국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발목 잡았다. 이 때문에 한 차례 매각은 좌초됐고, 산은은 '10년째 금호에 끌려다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취임 후 2주 만인 2017년 9월 25일 박 회장을 면담하고, 직후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경영에서 손을 떼고 우선매수권도 포기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이 회장은 사석에서 "읍소 반, 협박 반이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선친과 함께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를 만났던 경험을 얘기하며 협조를 구했다. "은행원이셨던 선친께서 불러 호남지역에 갔는데, 박인천 회장께 인사를 시키셨다. 유서 깊은 호남의 기업가문이 이런 일로 어려움을 겪으면 되겠나.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포기하면 좋겠다" 당시 이 회장이 박 회장에게 건넨 말이다.
1년 7개월 후 다시 마주한 자리에서 두 사람은 금호그룹의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다. 이번에는 박 회장이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과 함께였다. 한때 재계 7위의 재벌그룹이 중견기업으로 추락하는 결정이었지만, 이번에도 이 회장과 박 회장이 만나 담판을 지었다.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박 회장이 마음을 움직이는 중요한 계기가 됐을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권에선 '이동걸식 구조조정'의 핵심 경쟁력으로 원칙주의와 직설화법을 꼽는다. 산은과의 '10년 악연' 주인공인 박 회장과의 두 차례 담판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 회장은 취임 당시 "구조조정의 원칙은 해당 기업의 자구 노력이므로 끌려다니는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공표했고, 이후 수많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같은 원칙을 바탕으로 기업 총수는 물론, 노동조합, 정치권과도 타협하지 않았다. 이는 구조조정 기업의 이해관계자에게 '상대하기 어렵다'는 시그널로 작용했다.
금호타이어와 한국GM 구조조정에서 보여 준 노조와의 비타협적 업무 처리는 애초의 구상을 관철하는 원동력이었다. 이 회장은 언론은 물론 노조 지도부와의 면담에서도 연거푸 "구조조정을 위해선 경영진은 물론 노조,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와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협상의 주도권을 잃지 않았다.
특유의 원칙론과 직설 화법은 정치권을 상대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한국GM 연구·개발(R&D) 법인 분리 결정을 두고 '2대 주주인 산은이 무능력하다'고 비판받았고, 여당 의원들까지 "GM 본사를 대변하느냐"고 질타당했지만, 이 회장은 줄곧 "R&D 법인 분리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17% 지분의 2대 주주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견해를 고수했다.
고집을 넘어 정치권을 활용하는 수완도 발휘했다. 금호타이어 노조와의 협상은 당시 윤장현 광주시장 등, 지역 정치인들과 협의체를 만들어 노조를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냈고, 한국GM 경영정상화 협상 당시에는 인천 부평에 지역구를 둔 홍영표 여당 원내대표와 공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철학과 소신에 더해 각계각층과의 소통 능력과 균형 감각을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 회장의 구조조정 성공에는 정치적 환경도 뒷받침됐다는 평가다. 전직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역설적이지만 호남의 지지를 받는 정권이기 때문에 지역 대표기업인 금호그룹의 구조조정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이런 환경을 잘 활용한 것도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변휘 기자 h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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