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 요건은
가능하면 자회사 통매각이 바람직
최소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
5000억 이상 자금 지원 위해 노력
(그래픽=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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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이 확정된지 하루 뒤인 16일,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이다. 이번 매각 작업도 산은이 주도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 회장은 특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벌써 달아오를 조짐에 대해 “(인수 후보자들의) 인수 가격과 자금조달 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밝혀 주목 받았다.
◇“구주매각+신주인수, 인수 부담 작아질 것”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긴급 기자간담회 열고 “거론되고 있는 인수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말할 입장이 아니다”면서도 이같이 강조했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의 공개매각 절차가 본격화하면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대기업집단들을 두고 이런 조건을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회장이 인수전 방향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유동성 위기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을 살릴 수 있는 지를 중점적으로 보겠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매각 주체는 (현재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라면서도 “채권단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금호 측의 수정 자구계획안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구주 매각 및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진행된다. 새 주인이 금호산업의 구주(33.47%, 6868만8063주)를 전량 사들이는 동시에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도 인수하는 것이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은 5000억원가량이며, 시장에서는 1조원 안팎의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이 거론된다. 여기에다 회사 가치를 높이는 차원에서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을 묶는 ‘통매각’이 유력하다. 이 회장은 “자회사들은 아시아나항공의 시너지 효과를 생각한 구도에서 만든 것으로 판단한다”며 “가능하면 일괄 매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종합하면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어 많게는 2조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금력이 탄탄한 대기업집단이 아니면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빅딜’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SK, 한화, 신세계, CJ, 애경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이 회장은 “인수 기업이 (3조원이 훨씬 넘는 아시아나항공의) 모든 부채를 다 갚아야 하는 건 아니다”며 “적정 규모로 자본이 충당됐을 때 일정액의 부채는 끌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중 일부만 증자를 통해 상환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이 회장은 “인수하는 입장에서 신주 인수자금은 회사의 경영 정상화에 쓰인다”며 “구주 매각과 신주 인수를 결합하는 방식은 인수자의 부담을 훨씬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시아나항공은 상당한 흑자를 낼 수 있는 매력적인 회사”라며 “충분히 원매자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다만 추후 매각 절차는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한두달 안에 되는 게 아니라 6개월 정도는 걸릴 것으로 본다”며 “아시아나항공이 정상화할 수 있는 첫 발을 이제 뗀 것”이라고 했다.
◇“결단 내려준 박삼구 전 회장에 감사”
이 회장은 아울러 이번달 말 혹은 다음달 초께 금호 측과 재무구조개선 약정(MOU)를 맺고, 시장의 신뢰를 얻을 만한 충분한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인 오는 25일 전까지 가시적인 조치를 내기 위해 채권단 차원에서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방식이 거론되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며 “구체적인 규모도 추후 협의를 거쳐야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매각 결단을 내린 박삼구 전 회장에 대해서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기업을 책임지는 사람의 책임감은 회사의 경쟁력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지만 경우에 따라 어려울 때가 있을텐데 그때는 (대주주 자신이 아니라) 회사를 먼저 생각하는 게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이어 “(박 전 회장이) 남은 매각 일정에서 능력이 되는 한 채권단에 최대한 협조해서 잘 마무리되도록 하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그게 미련이 남아있는 차원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이번 매각이 ‘진성 매각’으로 진행되지 않고 박 전 회장의 복귀를 위한 ‘가성 매각’이 아니냐는 위구심을 품는데 대해서도 강하게 반문했다. “(거론되는 대기업집단들이) 왜 박 전 회장의 ‘앞잡이’가 되겠냐”는 것이다. 이 회장은 “박 전 회장에게 진정성이 있다고 믿을 수 있는 여러 제도적 장치를 갖고 있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예상보다 빠르게 결정된데 대해서도 “박 전 회장이 본인의 이익을 떠나서 (각별하게 생각하는)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결단을 한데 따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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