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아시아나 매각]박삼구 2006년부터 공격적 M&A
2008년 금융위기로 유동성 흔들… 건설 팔고 타이어 등 법정관리
2015년 금호산업 되찾았지만 ‘자금줄’ 삼은 아시아나 빚더미
“2010년 재계 5대 그룹이 되겠다.”
2004년 박삼구 당시 금호그룹 회장은 그룹명을 ‘금호’에서 ‘금호아시아나’로 바꾸고 새로운 도약을 선언했다. 2002년 형인 고 박정구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회장에 오른 뒤 ‘박삼구 시대’를 펼치겠다는 의미였다. 박 회장은 1988년 제2 민항으로 출범한 아시아나항공 초창기인 1991년부터 2001년까지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를 맡았다. 그만큼 애정이 남달랐다.
박 회장의 5대 그룹의 꿈은 이뤄지는 듯했다. 2006년 대우건설 인수, 2008년 대한통운 인수로 재계 7위까지 올랐다. 당시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6조4255억 원(지분 72.1%)을 투자해 재계를 놀라게 했다. 이때 금호아시아나는 3조5000억 원가량의 ‘빚’을 냈다. 특히 재무적 투자자들과는 나중에 약정한 가격대로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권리인 ‘풋백옵션’ 계약을 맺고 자금을 지원받았다. 금호아시아나는 투자자들에게 2009년 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3만1500원을 밑돌면 그 가격에 주식을 되사들이기로 약정했다.
하지만 2008년 말 금융위기가 터지자 ‘마법’ 같던 풋백옵션이 그룹의 발목을 잡았다. 풋백옵션 약정일이 다가오는데 대우건설 주가가 1만2000원대에 머물렀다. 금호아시아나는 4조 원가량의 자금을 마련해야 할 처지가 됐다. 결국 2009년 6월 인수 3년 만에 대우건설을 되팔겠다고 밝혔다.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0년 동안 유동성 위기에 시달려야 했다. 2009년 말 주력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갔고 결국 2010년 법정관리의 길을 걷게 된다.
이때만 해도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박 회장이 회사를 되찾아 올 수 있도록 지지하는 신뢰를 보였다. 산은 등 채권단은 출자전환으로 금호산업 금호타이어를 지원했고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권을 보장해줬다. 2015년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다시 사들이며 그룹이 재건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룹 재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자금줄’이 돼야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알짜 자회사인 금호터미널을 팔았고 미래 매출을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시장에서 돈을 끌었다. 지난해 기내식을 싣지 못한 ‘노 밀’ 사태, 올해 회계감사 비적정 의견 등 유동성 위기와 관련된 각종 잡음이 이어졌다.
10년 위기 동안 산은 등 채권단과 시장은 대주주 일가에 대한 불신만 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에 따른 1조 원가량의 ABS 조기 상환 위기에 놓이는 등 코너에 몰렸다. 결국 15일 아시아나항공은 31년 만에 새 주인을 찾는 신세가 됐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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