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속초산불, 이번에도 ‘양간지풍’ 탓…2005년 양양산불과 판박이 /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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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고성·속초 산불이 2005년 천년 고찰 낙산사를 전소시킨 양양 산불을 능가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확산한 배경에는 오랜 가뭄으로 인한 낮은 습도와 봄철 영동지역 특유의 강한 바람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른바 양간지풍이다.
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17분쯤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도로변의 변압기에서 튄 불꽃이 옮아 붙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성·속초 산불 이날 오전 3시 기준 서울 여의도의 전체 면적인 290㏊에 가까운 250ha의 산림이 전소됐다. 또한 건물 130채가 전소됐다. 인명피해도 나 1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다쳤다.
4월 강원 지역의 강풍과 건조한 대기가 고성·속초 산불의 빠른 확산의 주범으로 꼽힌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에서 12시 사이 강원 일부 지역에서 최대순간풍속은 초속을 기준으로 미시령 21.3m, 속초 20.4m, 고성 19.2m, 강릉과 양양 17.1m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 4시에서 5시를 기준으로는 미시령 31.2m, 속초 13.7m, 강릉 옥계 12.0m의 강풍이 관측됐다.
강원 영동 지역은 현재까지도 습도가 20% 내외로 건조경보까지 발효 중인 상태다.
영동 지역에는 봄철이면 ‘양간지풍(襄杆之風)’ 또는 ‘양강지풍(襄江之風)’으로 불리는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불어 산불 위험을 키운다. 양간지풍이란 봄철에 양양과 간성 사이에서 부는 바람으로 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고온 건조해지고 산을 따라 내려가며 국지적 강풍이 된다.
1996년 4월 23일 일어난 고성 산불, 2005년 4월 5일 시작된 양양 산불 등 대형 산불의 원인 역시 양간지풍 이었다. 양양산불 당시에도 순간 최대순간풍속은 초속 기준 미시령 37m, 양양‧대관령 26m, 속초 21m 등 이었다. 강풍주의보와 건조주의보가 함께 발효된 상태였다.
기상 전문가인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우리나라 산불 역사를 보면 대형 산불은 삼국시대부터 쭉 거의 고성, 양양 이런 쪽에서 났다. 이때 강하게 부는 바람이 ‘양간지풍(봄철에 영서지방에서 영동지방으로 부는 국지풍)’이라는 말도 있다”며 “굉장히 강한 바람이 부는데, 대형 산불이 일어날 조건이 참 좋은 게 이때가 가장 가물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도 동해안 지역은 건조경보가 내려졌다. 게다가 지금 강릉 지역 같은 경우는 1월부터 누적 강수량이 평년의 40%가 안 된다. 굉장히 가물다. 나무들도 바짝 말라있다고 실효습도가 낮다. 또 낙엽들이 쌓여 있어서 불쏘시개가 될 게 많다”고 걱정했다.
결국 반 센터장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동해안산불방지센터 관계자도 “건조한 날씨에 태풍급 강풍으로 산불이 빠르게 확산했다”고 양간지풍을 언급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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