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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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은 또 “현재 진행 중인 실사 결과와 금호 측에서 제출할 이행계획을 바탕으로 조속한 시일 안에 양해각서(MOU)를 다시 체결하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이 아시아나에 빌려준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560억원으로 국내 은행권 중 가장 많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신용등급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의 신뢰를 얻을만한 자구노력 방안을 금호 측이 빨리 마련해야 한다"며 "아시아나항공은 어렵지만 모회사인 금호산업은 상당히 안정된 회사"라고 언급했다. 금호산업이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자금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아시아나는 지난해 4월 6일 산은을 비롯한 채권은행들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기한은 1년이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가 기한 동안 약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만기가 돌아온 대출을 회수하고 ^경영진 교체를 권고한다는 등의 조건이 담겨 있다.
아시아나는 당시 1년 기한으로 비핵심 자산 매각, 전환사채와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 자본확충을 통한 단기 차입금 비중 개선 등의 자구안을 내놨다.
아시아나 사태의 불씨였던 감사보고서는 당초 ‘한정’에서 ‘적정’으로 외부감사인의 의견이 변경됐다. 급한 불은 껐지만 유동성 확보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수정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부채는 더 늘고 자본은 쪼그라들었다. 부채는 7조979억원으로 수정 전(6조9576억원)보다 1400억원 증가했다. 자본은 1조931억원으로 수정 전보다 200억원 줄었다.
부채비율은 625%에서 649%로 높아졌다. 회사는 지난해 28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추가 부실을 반영하다 보니 당기순손실은 1959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아시아나의 유동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조8268억원에 이른다. 이 중 올해 안에 갚아야 할 금융부채는 1조2000억원이다. 단기차입금(1200억원)과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장기차입금(2365억원)ㆍ회사채(1080억원)ㆍ자산유동화증권(4557억원)·금융리스(2702억원) 등이다.
그동안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대출받기 어려웠던 아시아나항공은 자본시장에서 영구채와 '장래매출'을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아시아나는 지난 15일 850억원 규모의 영구채 투자자를 모집했다. 이달 말 650억원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감사의견과 관련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면서 투자자 모집은 무산됐다.
만일 신용등급이 현재(BBB-)보다 한 등급이라도 떨어져 투기등급(BB+ 이하)이 되면 상황은 훨씬 심각해진다. 1조1426억원에 달하는 ABS의 조기 상환 가능성이 불거질 수 있다.
항공권 판매수익을 기초자산으로 한 ABS에는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이라도 떨어뜨리면 조기 상환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특약이 발동하면 ABS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모두 지급할 때까지 아시아나는 항공권 판매로 벌어들인 수익을 챙기지 못한다.
은행 대출의 만기 연장이나 회사채의 차환 발행 등에도 비상이 걸릴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게 재무상태 안정을 위한 최우선 과제다. 그만큼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는 채권은행과 MOU 연장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요 채권은행이 MOU를 연장하면 정상적인 기업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며 ”이후 회사채를 발행하면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염지현·한애란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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