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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시간 벌기에만 성공했을 뿐 또다시 '노딜(합의없는 EU 탈퇴)'이냐 아니냐 갈림길에 선 것은 마찬가지였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합의안 통과를 호소하며 '사퇴'라는 승부수까지 띄웠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은 정부로부터 브렉시트 해결 방안 모색의 주도권을 가져와 '의향투표(indicative vote)'를 실시했지만 결국 합의점 찾기에 실패했다. 의향투표는 의원들의 뜻을 묻는 것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이날 의향투표에는 총 8가지 안건이 올라왔지만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은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4월12일 노딜 브렉시트안(찬성 160, 반대 400) △공동시장 2.0안-EU 단일시장 지속 참여, 유럽경제지역(EEA) 가입 및 유럽자유무역협정(EFTA) 체결안(찬성 188, 반대 283) △관세동맹에 남지 않으면서 EEA 가입 및 EFTA 체결안(찬성 65, 반대 377) △관세동맹 잔류안(찬성 264, 반대 272) △관세동맹 잔류 및 단일시장 연계방안(찬성 237, 반대 307) △노딜 브렉시트 직면시 기한 이틀 전 브렉시트 철회 투표진행안(찬성 184, 반대 293) △제2 국민투표 개최안(찬성 268, 반대 295) △영국이 합의안 이행하지 못할 경우 대비한 EU와 우선무역협정 체결안(찬성 139, 반대 422) 등이 모두 부결됐다.
이날 의향투표는 하원의원들이 정부의 지지부진한 브렉시트 해결 방식에 불만을 제기, 주도권을 가져와 직접 해결안을 찾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합의사항을 도출해 내는데 실패한 것이다.
그러자 스티브 바클레이 브렉시트 장관은 "정부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최고 선택지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즉, 정부안에 동조하는 것이 현재로선 질서있는 EU 탈퇴를 위한 최선이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하원은 정부와 EU가 앞서 합의한 기한 연기(3월29일→4월12일) 법안만 통과시켜 2주간의 시간벌기에만 성공했을 뿐 노딜이냐 아니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상황에는 변함이 없었다.
로이터는 "언제, 심지어는 영국이 EU를 나갈 수 있을지 조차도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다"고 꼬집었다.
외신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오는 29일 제 3차 승인투표를 열어 기존 정부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가결시키길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의안이 가결된다면 총리직도 내걸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그는 "의원들의 분위기를 분명하게 전해들었다"며 "브렉시트 협상이 제2 국면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리더십, 새로운 접근법에 대한 열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 길을 가로막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방안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존 버코우 영국 하원의장은 앞서 투표에 상정됐던 합의안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내용이라면 투표 개최가 불가능하단 입장이다. 아울러 일부 보수당원만이 마음을 돌이켜 정부를 지지하겠다고 밝혔을 뿐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민주연합당(DUP)이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BBC에 따르면 다음달 1일 영국 하원이 이번 의향투표에서 근소한 차이로 부결된 안건들(2차 국민투표 개최안 포함)을 중심으로 2차 의향투표를 진행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어떤 방법으로든 정부와 EU가 동의한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하원을 통과하면 영국은 오는 5월22일, 질서있는 브렉시트 단행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면 4월12일 노딜 브렉시트를 단행하거나, 장기 연장안을 도모할 수도 있다. 다만 장기 연장안을 선택한다면 5월에 있을 EU 의회선거에 영국도 참가해야 한다는게 EU 회원국들의 주장이다.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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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이상배 특파원 ppark14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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