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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한진일가 비리·갑질 ‘자업자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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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세’ 뜯고, 허위 급여에

회삿돈으로 변호사비 댄 혐의…

운전사 패고…‘땅콩 회항’…

물컵 던져…수년간 떠들썩

외국인 영향 큰 자문사 등돌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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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년 만에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된 데는 조 회장의 각종 혐의와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외국인 주주에게 영향을 미치는 의결권 자문사들이 조 회장의 혐의 등을 근거로 잇따라 ‘연임 반대’ 의견을 냈고, 소액주주도 여기에 동참하면서 조 회장은 주주 뜻에 따라 물러나게 된 최초의 재벌 총수가 됐다.

조 회장은 270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조 회장은 2013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대한항공이 납품업체로부터 기내 면세품 등을 살 때 총수 일가 소유의 중개업체를 끼워넣어 196억여원의 ‘통행세’를 챙겨 대한항공에 그만큼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배임)를 받는다. 2014년 자녀들이 보유한 그룹 계열사 정석기업의 주식 7만1880주를 정석기업이 176억원에 사도록 해 정석기업에 41억원가량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있다. 2009~2018년 가족을 정석기업 직원으로 올려 허위 급여 20억여원을 지급한 혐의(배임)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변호사 비용 등 총 17억원을 회삿돈으로 지급한 혐의(횡령)도 있다.

이밖에도 인하대병원 근처에 ‘사무장 약국’을 열어 1522억여원의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약사법 위반)가 있고, 자녀들이 100% 지분을 가진 기내 면세품 위탁판매업체에 대한항공 일감을 몰아줬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14억여원 과징금 취소소송도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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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 일가도 줄줄이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조 회장의 배우자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운전기사 등을 상습폭행하고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함께 명품과 생활용품 등을 밀수입하고 관세를 포탈한 혐의도 있다. 참여연대 등은 “(관세법 위반은) 대한항공 법인과 직원까지 조직적으로 개입된 사건으로, 만약 조 회장이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면 배임 행위”라고 보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 전무가 각각 ‘땅콩회항’ ‘물컵 갑질’로 논란의 중심에 서는 등 수년에 걸쳐 ‘오너리스크’가 누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총수 일가의 불법과 갑질은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잇달아 연임 반대 표결을 권고한 근거가 됐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아이에스에스(ISS)는 “조 회장의 자질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사익 편취 이력 및 불법행위에 따른 검찰 기소”를 반대 이유로 들었고, 서스틴베스트도 “사익을 위해 회사에 비용을 전가했다”고 했다. 결국 조 회장은 27일 재선임 요건인 66.66% 찬성(3분의 2)에서 2.5%포인트가량의 지분을 놓쳤다. 외국인 주주와 소액주주의 반대 의견으로 찬성 의견이 64.1%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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