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캠프에서 요청…이건회 회장 승인 거쳐 지급"
"특정 사안 보다 회사에 도움 될 거라 생각"
檢 "증인에 욕설" 항의…재판부 "퇴정시킬 수 있다" 경고
이명박(왼쪽) 전 대통령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이학수(오른쪽)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증인신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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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뇌물·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는데 결정적 진술을 한 이학수(73) 전 삼성그룹 부회장은 27일 “김석한 변호사가 2009년 청와대를 방문한 뒤 이 전 대통령이 고마워 했다는 말을 내게 했고, 다스(DAS) 소송비 지원을 계속했다”고 밝혔다.
이 전 부회장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 기일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주장했다. 이 전 부회장이 이 전 대통령과 법정에서 직접 마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이 전 부회장에 대한 증인 신문은 소환장 송달 불능으로 번번이 무산돼 왔다.
이날도 증인 출석 여부는 불투명 했지만, 이전 부회장은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된 핵심 인물이다. 그는 자수서와 검찰 조사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을 삼성에서 대신 내줬다고 진술한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이 전 대통령 취임 후 삼성에서 대납한 소송비 중 약 61억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다만 취임 전 지원된 금액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날도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의 요청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전 부회장은 “2007년 다스의 미국 소송을 맡은 로펌인 에이킨검프의 김석한 변호사가 찾아와 자신이 ‘이명박 캠프에서 일을 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대통령 후보에 대한 법률적 비용이 들어가니 삼성에서 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돈은 이건희 회장의 승인을 거쳐 지급됐다”고 덧붙였다.
‘소송 비용이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할 만한 돈은 아니지 않느냐’는 이 전 대통령 측 물음에 이 전 부회장은 “금액의 작고 크고가 중요한 게 아니고 대통령 후보가 요청했기 때문에 보고를 드릴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답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나 청와대가 요구하면 현실적으로 거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전 대통령 취임 후인 2009년 김 변호사가 이 전 대통령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만났다고 언급하면서 “삼성의 소송 비용 지원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며 “계속 그렇게 해달라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었다”고 진술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 역시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의 사면이나 금산분리 등을 생각하고 지원했느냐’는 이 전 대통령 측 질문에는 “어떤 특정한 사안에 도움받고자 했다기보다 도와주면 회사에 유익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다”고 증언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이 전 부회장이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자 욕설을 뱉었다가 재판부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이 전 부회장의 증인신문이 종료된 후 검찰은 “증인이 이야기할 때 ‘미친 X’이라고 피고인이 말하는 것을 여러 번 들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증인신문 내용이) 다 녹음이 됐으니까 (이 전 대통령이 한 말에 대해) 따지려면 따져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장은 이에 대해 “피고인이 증인의 증언을 듣기 싫고 거북하고 그럴 수 있지만, 절차상 증언 때 (그런) 표현을 하면 증언에 방해가 된다”고 지적한 뒤, 재판부 입장에선 (피고인을) 퇴정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상기하라”고 주의를 줬다.
이 전 대통령은 “알겠다. 제가 증인을 안 보려고 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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