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폭행 사건으로 시작된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가 마약 유통 및 투약, 성매매 알선, 불법 촬영물 유포, 경찰 유착 등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벌써 버닝썬 사태를 희화화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풍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풍자가 자칫 2차·3차가해를 낳을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최근 한 유튜버가 '버닝썬 게이트'를 영화화시킨 가상 예고편 영상을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내부자들, 베테랑, 검사외전 등 개봉된 영화들의 일부 화면과 실제 뉴스를 짜깁기해 만든 것이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피해자들이 존재하는 사건이 웃음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얼마 전에는 유명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이 '버닝썬'을 유머 소재로 사용하면서 누리꾼들의 질타를 받았다. 대도서관이 게임을 하던 중 게임 속 농장 이름을 '버닝팜'이라 지으며 "나는 대출한 기억이 없는데 대출이 안 된다. 세무조사 한 번 해야겠다"고 말한 것이다. 최근 탈세 의혹이 제기된 '버닝썬'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대도서관은 '풍자였다'고 선을 그었지만 비난 여론은 식지 않고 있다.
이처럼 버닝썬 게이트를 패러디한 콘텐츠들이 등장하면서 풍자와 2차 가해, 이 두 경계를 해석하는 기준을 두고도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보통 사회구조, 체제 등에 대한 부조리함을 유머로 풀어내는 것이 '풍자'다. 일반적 유머와 달리 웃음을 주면서도 세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대중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 때문에 이번 버닝썬 사태를 풍자하는 이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많다. 대중들에게 사회의 잘못된 일과 사건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부조리함을 짚어내는 풍자가 자유롭게 이뤄진다는 건 높아진 국민 의식을 방증하는 결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한 누리꾼은 "사회에 무관심한 사람이나 버닝썬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사건 업데이트가 잘 안 된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미디어나 유명인들의 사건 풍자로 이런 사람들이 사건을 다시 한번 환기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가 지나치거나 수위가 높은 풍자는 2차가해 등을 초래하며 애초 목적과 달리 해석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버닝썬 사태와 같이 '피해자'가 있는 경우는 풍자의 부작용은 더 크다.
한 누리꾼은 "이번 사건이 각종 범죄가 얽히고설켜 있는 만큼 사건의 본질을 흐리거나 범죄를 미화할 가능성이 있는 풍자는 더 조심히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며 "특히 대중 미디어를 통한 패러디 등은 재생산이 가능하고 사람들의 문제의식을 흐리게 만들 수 있어 2차가해를 넘어 3차, 4차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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