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고교 과제ㆍ봉사활동 떠넘기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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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유명대학 교수가 자신이 지도교수로 있는 대학원생을 동원해 자녀의 논문을 대신 쓰게 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 교수는 자녀가 고교생일 때부터 대학원생을 시켜 과제를 돕게 하거나 대학생이 된 이후 봉사활동까지 떠넘겼다. 교육부는 이 대학에 해당 교수의 파면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25일 ‘성균관대 교수 갑질 및 자녀 입학비리 관련 특별조사’ 결과를 이 같이 발표했다. 지난 1~2월 사이 이뤄진 특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균관대 A교수는 2016년 서울의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딸 B씨의 연구논문 작성을 위해 자신의 연구실 대학원생 3명을 시켜 동물실험을 지시했다. 이 학과의 원로급인 A교수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던 대학원생들은 그 해 7월부터 약 세 달간 쥐를 이용해 동물실험을 진행했고 논문까지 작성했다. 이 기간 B씨가 연구실에 방문한 횟수는 2, 3회로 실험이 진행 중이던 9월에는 교환학생 신분으로 캐나다로 출국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해당 논문은 B씨를 단독 저자로 앞세워 2017년 5월 SCI(과학기술논문 색인지수)급 국제학술지에 실렸고, B씨는 실험 결과물로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우수연구과제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논문은 내용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동물실험 과정에서 나온 결과값이 앞서 세운 가설과 다르게 나오자 A교수는 대학원생들에 결과를 조작하도록 시켜 실제 실험과는 다른 결과가 논문에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A교수의 갑질은 논문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는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점자책을 만드는 봉사활동에 자녀 대신 대학원생을 동원해 사례금 50만원을 지급하고 54시간의 봉사시간을 인정 받게 했다. B씨는 이 같은 연구실적과 봉사활동 내역 등을 자기소개서에 반영해 지난해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교수는 B씨가 고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3년에도 자신이 지도 중이던 대학원생에 국제청소년학술대회 논문발표를 위한 발표자료(PPT) 작성을 지시했다. 이 대회에서 우수청소년학자상을 수상한 B씨는 이를 수시전형 자료로 활용해 대학에 합격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교육부는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학원생에 자녀의 입시를 돕게 한 성균관대에 A교수에 대한 파면을 요구했다. 파면은 사립학교 교원에게 내릴 수 있는 징계 중 최고수위에 해당한다. 성균관대는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어 A교수 징계를 결정할 계획이다. B씨가 재학 중인 서울대 측에는 치의학전문대학원 입학 당시 부당하게 제출한 논문 등 실적에 대해 관련 규정에 따라 조치할 것을 통보했다. 교육부는 B씨가 졸업한 사립대에도 수사결과와 학칙에 따른 후속처분을 요청했다.
이와 별개로 교육부는 A교수를 형법 상 업무방해와 강요, B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각각 검찰에 수사의뢰 한다는 방침이다. 또 2015년 A교수의 아들 C씨의 대학원 입학 과정에서도 대학원생들의 도움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업무방해 혐의로 함께 수사의뢰 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B씨의 경우 조사 결과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검찰 수사결과 등에 따라 (대학 및 대학원)입학 취소 등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해당 교수에 대한 처분조치가 조속히 이행될 수 있도록 엄중히 관리 감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A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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