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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모텔 30곳서 `몰카 라이브`…투숙객 1600여명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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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이 안전한 사회 ③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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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몰카를 스트리밍해주고 돈 버는 사이트가 있다던데 같이할래?"

지난해 6월 박 모씨(50)는 평소 알고 지내던 김 모씨(48)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2016년 박씨가 운영한 소규모 웹하드 사이트의 유지보수를 맡은 김씨는 박씨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박씨가 세워놓은 계획에 따라 사이트를 만들고 서버만 관리해주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음란물 관련 전과가 있던 두 사람은 새로 시작한 사업을 착착 진행했다. 모텔방에 무선 인터넷 프로토콜(IP) 카메라를 설치해 투숙객을 촬영하는 것은 이들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들은 임 모씨(26)에게 의뢰해 렌즈 크기가 1㎜ 남짓인 초소형 카메라 모듈을 중국에서 대량 구입했다. 사이트 운영에 들어가는 돈은 최 모씨(49)가 투자한 3000만원에서 충당했다.

시작은 거주지 인근인 경남 양산 모텔이었으나 곧 부산, 대구, 충청까지 범행 지역을 늘려갔다. 이들은 2시간만 방을 빌린 뒤 빠르게 카메라를 설치했다. 박씨가 설치를 마치고 김씨에게 연락해 영상이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한 뒤 퇴실했다. 주로 TV 셋톱박스 전면에 나 있는 틈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침대 방향을 향하도록 했다. 객실 청소 과정에 셋톱박스가 움직이면서 카메라 각도가 틀어지자 콘센트, 헤어드라이어 거치대 등 고정된 부분까지 설치 범위를 넓혀갔다.

이렇게 총 10개 도시 30개 모텔 42개 객실에 카메라 설치를 마친 뒤 지난해 11월 24일부터 몰카 중계 서비스를 시작했다. 외국에 서버 6대를 설치하고 몰래 촬영한 영상을 생중계하면서 일부 영상은 저장 후 편집해 내보내기도 했다. 이렇게 제공한 영상은 803개로 피해자는 무려 1600여 명에 달했다. 사이트는 입소문을 타면서 회원 수가 4099명까지 늘어났다. 회원 중 일부는 월 44.95달러(약 5만원)인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이들의 사업은 순조로운 듯했다. 수사기관의 눈을 피하기 위해 외국에 서버를 두는 치밀함까지 보였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지난해 12월 한 제보자가 경찰청 민원 신고 시스템을 통해 이 사이트를 신고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신속하게 수사에 나섰고 결국 덜미를 잡혔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관련자 4명을 검거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 중 박씨와 김씨는 구속됐다. 사이트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이라 수익도 약 700만원에 불과했다. 경찰에 따르면 무선 IP 카메라를 몰래 설치해 상업적으로 이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이 서비스한 영상이 재유포된 정황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무선 IP 카메라를 효율적으로 탐지할 수 있는 기법도 개발했다. 카메라 고유 기기번호와 신호 세기 등 감도 정보를 결합해 먼 거리에서도 카메라를 탐지할 수 있는 방식이다. 공개된 장소뿐만 아니라 비공개 장소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정석화 경찰청 사이버수사1대장은 "기존 탐지 방식은 2~3㎝ 정도의 근접 거리에서만 확인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어 공간에 들어가서도 확인이 어려웠다"며 "설치된 객실에 가까이 갈수록 신호가 세지면서 복도에서도 불법 카메라 설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수요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경찰 관계자는 "음란사이트 이용자를 처벌한 사례가 없다"며 "아동 음란물의 경우 현행법 처벌이 가능하지만 성인 음란물 사이트 이용자는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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