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돌고 도는 상권 지도…임대료·지역색이 변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 상권의 뜨고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어느새 뜬 곳이 생기면 또 어느 곳은 소리소문 없이 가라앉는다.

그 중 송리단길·연트럴파크·샤로수길·익선동은 요즘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와 블로그에서 서울의 ‘핫 플레이스’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동네다. 지각변동 틈에서 새롭게 떠오른 지역들의 공통점은 뭘까.

두 가지 요인이 가장 두드러진다. 명동·이태원·압구정 로데오거리 같은 전통 상권보다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낮다는 점과, 대형 프랜차이즈 대신 아담한 카페와 식당, 상점이 동네 분위기와 어우러진 신선한 지역색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석촌호수 주변에서 송파나루역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송리단길(송파+이태원 경리단길)’은 시내에서 호수 경관을 즐기고 아기자기한 카페와 식당이 많아 최근 젊은이들의 발길이 급증한 곳이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업체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코리아가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분석서비스업체인 스타태그의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상권별 월 평균 누적 게시글수 증가율과 인기도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송리단길 사진을 게시하거나 언급된 글의 빈도와 증가속도가 가장 높았다. 한 달에 평균적으로 올라오는 인스타그램 게시물 증가율이 39.2%로, 서울의 주요 상권 평균(4.3%)의 9배에 달했다.

가좌역에서 홍대입구역 사이 연남동은 주택가 골목 사이사이에 자리 잡은 식당과 서점, 공방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연트럴파크(연남동+뉴욕 센트럴파크)’란 별칭도 붙었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주택가 사이에 숨겨진 맛집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평을 받는다.

‘샤로수길(서울대 마크를 그대로 읽은 ‘샤’+신사동 가로수길)’은 서울대입구역과 낙성대역을 잇는 큰 길에서 아파트 단지 쪽으로 두 블록쯤 안으로 들어가야 나오는 길이다. 양옆으로 1~2층짜리 건물들이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데, 홍콩·대만·일본 등 동양풍의 퓨전 음식점과 술집, 카페가 강세를 보인다. 이탈리아나 프랑스식 같은 전형적인 모임 장소는 오히려 찾기 어렵다.

그동안 예스러운 분위기를 찾는 젊은층이 북촌 한옥마을이나 1970~1980년대 감성이 남은 통인동 부근으로 모여들었다면, 최근 떠오르는 종로구 익선동은 복고풍을 세련되게 재해석한 ‘뉴트로(New+Retro)’의 인기에 힘입었다. 외식업계에 부는 경양식이나 복고풍 카페, 빵집의 부상과 맞물린 현상이다.

조선비즈

한 블록 차이로 분위기가 극단적으로 대조되는 명동 8길과 명동 6길 /유한빛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면 임대료가 치솟으며 대형 브랜드들이 거리를 장악한 전통 상권은 최근 들어 힘이 빠진 모양새다.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이 서울 평균을 웃도는 지역이 늘었다.

상업용 부동산 중 ‘2층 이하이면서 연면적 330㎡ 이하’ 건물은 소규모 상가, ‘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이 330㎡를 초과’하는 상업용 건물은 중대형 상가로 분류된다.

명동역에서 을지로입구역으로 이어지는 명동거리인 ‘명동 8길’은 유명 브랜드들이 건물마다 촘촘히 들어찼고 관광객들로 붐비는 반면, 한 블록 안쪽 ‘명동 6길’은 건물 전체가 비었거나 임대 현수막이 곳곳에 나붙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다. 문을 연 가게가 있더라도 근처로 지나다니는 사람 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국토교통부 집계를 보면, 가장 최근 자료인 2018년 4분기 기준으로 서울 중대형 상가의 평균 공실률은 7.0%지만 이태원(21.6%)·동대문(14.6%)·신촌(10.8%)·도산대로(10.0%)·명동(7.7%) 등의 공실률은 이를 웃돈다. 부쩍 뛴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임차인들이 빠져나간 탓이다. 최근 방송인 겸 외식사업가인 홍석천씨가 식당 문을 닫으며 화제가 됐던 이태원의 경우, 임대료가 1년 전 같은 기간(11.8%)의 두 배로 뛰었을 정도다.

온라인 쇼핑의 성장과 함께 소비자들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상권이 침체된 동대문의 공실률이 14% 수준인데, 먹자골목이나 고급 쇼핑거리가 조성된 전통적인 상권들도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은 셈이다. 반면 샤로수길과 가까운 서울대입구역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말 0%를 기록했고, 홍대·합정도 서울 평균보다 낮은 4.6%에 그쳤다. 망리단길(망원동+경리단길), 공트럴파크(공덕+센트럴파크) 등 ‘제2의 OO길’이 늘어난 것도 이처럼 돌고 도는 인기 상권의 이동을 방증한다.

진원창 C&W코리아 리서치팀장은 "최근 새롭게 뜬 ‘핫플레이스’들은 음식 맛 외에 디자인이나 창의적인 콘셉트를 부각한 카페·식당 등 식음료(F&B)사업체들이 모여든 골목상권에 조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홍대나 명동 같은 인기 상권에 비해 유동인구나 집적이익 효과가 작을 수 있지만,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낮고 지역 특성에 어울리는 콘셉트를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한빛 기자(hanvit@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